◎힐러리 너무 총명·냉철 “질투”/고부갈등따른 긴장등 진솔히 지난 1월 작고한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모친 버지니아 켈리의 회고록이 미국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책에 죽을 때까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며느리 힐러리 클린턴과의 고부갈등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해서 벌써부터 미국민들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고록에는 시골 아칸소주 리틀록에서의 고부간의 첫 만남에서부터 클린턴부부의 결혼 이후에 겪었던 결혼생활과 갈등등도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켈리여사는 이 유고집에서 지난 70년대초 클린턴이 힐러리를 소개시키려고 처음 아칸소의 집으로 데려왔을 때 그녀의 신세대적인 용모와 자유분방함에 놀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면서 『힐러리가 결혼 이후에도 처녀적 이름을 고집하는데 화를 삭이지 못해 엉엉 울었을 정도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자에서 내달 출간될 켈리의 회고록 「마음을 앞세우고―나의 일생」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자존심 강한 두 여인인 켈리와 힐러리가 어쩔수 없이 겪어야했던 심리적 갈등과 생활의 충돌이 잘 묘사돼 있다. 두 여인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화장기라곤 전혀 없는 얼굴에 콜라병같은 안경을 쓰고 머리칼은 빗지도 않고 제멋대로 흐트러진채로…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되도록이면 잘 대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우리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클린턴은 힐러리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우리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클린턴은 당시 『여러 미녀들 중에서 골랐으니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가족들 앞에서 애걸조로 말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힐러리의 미모 보다는 그녀의 명석한 두뇌를 더 높이 산 듯하다. 클린턴은 가족들에게 『난 말이 통하는 여자가 필요하다구요, 알겠어요』라고 타이르듯 말했다.
예일법대에 재학중이던 클린턴과 힐러리는 모두 그 당시에 어울리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T셔츠에 청바지, 흐트러진 머리에 샌들. 클린턴도 평소와 같은 「록 가수」 차림이었다.
그러나 남부의 시골구석 리틀록에서 태어나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한 켈리는 수재형의 전형적인 「양키여성」인 힐러리가 며느리감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켈리는『클린턴은 친구에게 어머니와 힐러리 사이에는 일종의 문화적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쓴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켈리는 자신이 힐러리를 불러다놓고 여자는 어느 정도 화장도 하고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분개하기도 했다. 클린턴이 어머니인 자신과 힐러리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될 상황에 닥치자 켈리도 더 이상 버틸수가 없었다. 그녀는 힐러리에게 사과 편지를 써가며 며느리가 돼 달라고 구슬렸다.
켈리는 자신이 평생 질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여자라면서도 『사실은 힐러리가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사실이 싫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그녀는 힐러리를 「조용하고 냉철하며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여자」이지만 『내가 만나본 여자 가운데 가장 똑똑했다』고 그녀의 영리함은 시인하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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