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업무의 편의를 위한 대학들의 입시일 담합행태는 여전하다. 수험생들의 실질적인 복수지원기회가 줄어드는 것 쯤이야 알바 아니라는 식의 대학집단이기주의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한번 확인하게되는 우리의 감회는 착잡하다. 정부에 의하여 학생선발권한을 빼앗겼던 오랜 세월속에서 대학들은 학생선발자율권을 되돌려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었다. 그러나 막상 대학의 학생선발자율권을 한껏 발휘해 볼 수 있는 새입시제도의 시행 결과는 어떠했는가. 지난번 입시에 이어 두번째로 본고사실시여부 및 입시날짜선정과 시험과목 채택등 신입생 전형요강을 자율적으로 결정한 전국 1백42개 4년제 대학들의 모습은 여전히 자률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전기에 학생을 뽑게 되는 1백7개대학들이 입시일을 선택하면서 독자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로 눈치만 보다가 서울대와 같은 「내년1월13일」을 택한 대학이 70개나 됐기 때문이다. 전기대의 같은날 시험 집중도는 65·42%에 이르렀다. 더욱이 수준이 엇비슷한 상·중위권 대학들이 「1월13일」에 몰림으로써 수험생들은 사실상 복수지원 기회를 봉쇄당하게 된셈이다. 이러한 택일뒤에는 대학교무처장들간의 담합설까지 들린다.
대학들의 자율능력이 이래서야 복수지원제 같은 선진국형 입시제도가 어디 발을 붙이겠는가. 우리는 그래서 대학들이 자신만을 위한 편의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입시일 하나도 소신껏 정하지 못하는 자율기능의 결함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수준이 비슷한 대학들이 3개권장 입시일(1월9·13·17일)에 적당한 숫자로 분산돼 시험일을 잡아 줬다면 복수지원제는 빨리 착근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들은 수준에 따라 실력있는 학생을 더많이 받을 수 있고, 수험생들도 실력에 맞는 대학에 합격해 불필요한 재수를 줄일 수 있다. 잘만되면 대학과 수험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복수지원제의 빠른 정착을 고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상의 장점을 무시한채, 중복합격자가 다른 대학으로 갈때 당하게될 체면손상과 미등록자 충원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같은날을 택한 대학들의 획일지향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학생과 동문들의 잘못된 자존심이 대학들로 하여금 입시일 마저 자율적으로 택할 수 없게 하는 풍토도 빨리 시정되어야 할것이다.
이제 교육부가 마지막으로 조정권한을 발휘, 너무 많이 한날에 집중된 대학들을 분산시키는 노력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종취합 발표까지는 2주정도의 시간이 있다니 말이다. 대학들도 너무 지나친 집중을 스스로 피해, 입시일을 수정하는 용기를 발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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