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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응징 후퇴말라/앤소니 루이스 미 칼럼니스트(해외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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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응징 후퇴말라/앤소니 루이스 미 칼럼니스트(해외컬럼)

입력
199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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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서방동맹국들은 마침내 뻔뻔스러운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의 공격행위에 대한 응징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10일 고라제시를 공격하던 세르비아계 병력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소속 F16 미공군기가 공습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진 않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나토의 공습 의미는 매우 크다. 지난 2월말 사라예보 주변의 세르비아계에 대한 철수시한 최후통첩 이후 갈피를 잡지 못했던 서방의 대보스니아정책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미국주도로 이뤄진 최후통첩이 「최소의 비용」으로 극적인 효과를 얻어낸 외교적 해결노력이라고 평하고 있다. 공습을 단행하지 않고도 세르비아계의 포성은 멎었고 사라예보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침략자」 세르비아계가 결국 나토의 실력과시 위협에 굴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적중하지 못했다. 세르비아계는 사라예보를 제외한 다른 보스니아 지역에서 더 격렬한 공격을 가하면서 살륙전을 다시 재개했다.

 이처럼 낙관적 예측이 빗나가자 당황한 쪽은 클린턴행정부다.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은 얼마전 스스로 클린턴행정부의 유약함을 인정했다. 세르비아계가 보스니아 북서부 마그라이를 한창 공격하고 있을때에도 페리장관은 『이같은 제한적 규모의 국지전에 서방이 공군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살리카시빌리 미합참의장도 『사라예보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공군력을 동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사람의 발언은 미국이 공군력 동원을 주저하는 인상을 풍기게 했다. 그 결과 세르비아계는 서방의 의지를 시험이나 하듯 회교도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마그라이에 사정없이 떨어지는 세르비아계의 포탄세례와 관련, 나토는 세르비아계 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에게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했다.

 『마그라이에 세르비아계의 포탄이 한발씩 떨어질 때마다 팔레에 있는 당신네 사령부엔 10발 이상의 폭탄이 투하될줄 알라. 세르비아계 군대가 매번 민간인 구호물자 유입을 봉쇄할 때마다 우린 적어도 한개 이상의 당신네 탄약고나 저유탱크를 파괴할 것이다』라고.

 지난주 세르비아계가 보스니아 동부 회교거점지역인 고라제시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릴 때, NBC TV 토크쇼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한 페리장관은 고라제사수방안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고라제 사수 때문에 보스니아 내전에 말려들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라제에 대한 공격은 본질적으로 나토와 유엔의 신뢰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는 고라제를 6개의 「안전지대」로 설정하는 한편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사수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페리장관이 『손을 털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세르비아계에게 나토의 의지를 「오판」할 소지를 제공했다. 실제로 세르비아계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클린턴행정부가 대 보스니아 전략개념을 바꾼 것은 지난 7일이었다. 앤소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이날 보스니아에 대한 심각상을 역설했다.

 『미국은 더이상 유럽에서의 무력충돌을 더이상 방치할수 없다』는 것이 레이크보좌관의 발언요지였다. 그는 『오늘날 잔학한 인종청소가 자행되고 있는 보스니아 내전은 나토의 신뢰성과 우리의 대유럽정책에 심각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는 탈냉전시대의 가장 큰 위협중 하나』라고 말했다.

 레이크에 이어 클린턴대통령도 페리장관의 「무력사용 유보론」을 뒤엎으며 『우리는 세르비아공화국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대해 그들의 침략행위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경발언을 했다.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만으로 세르비아계 사령관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세르비아계의 공격을 멈칫하게 한 것은 나토의 최후카드인 공습감행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오락가락해온 미국의 대보스니아 정책에 종지부가 찍힐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사라예보 공습시한 최후통첩이후 지난 7주간 보스니아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 아니 어쩌면 이는 부시행정부때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클린턴대통령은 앞으로 세르비아계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명료하고 일관성있는 대응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이러할 경우 그는 국내외로부터 지지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정리=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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