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기계·작전 복합 잘못인듯/경보기 출동·육안구분가능 대낮불구 발생/인책 폭 관심… 페리 방한도 연기 충격반영 지난 14일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구역을 지나던 미군 헬기가 미군기에 의해 이라크기로 오인·격추된 사건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다.더욱이 이같은 사고는 첨단무기가 동원되는 현대전의 맹점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미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사고 당시 현지 시각은 상오 9시30분(현지시간). 날씨는 아주 좋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두 대의 미 F15 전투기에는 아군기와 적기를 구별하는 전자식별장치가 돼 있었다. 더군다나 당시 상공에는 적기 출현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공중경보기(AWACS)가 떠있으면서 문제의 헬기가 비행하는것을 감시하고 있었다.
첨단 식별장치를 갖춘 전투기가 대낮에 아군기를 적기로 오인해 공격했다는 것은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다. 현재로선 사람과 기계, 작전 절차에 복합적인 오류가 있어 사고가 빚어진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은 『실수가 있었다. 사람의 잘못인것 같은데 작전 절차나 체계도 잘못됐을 수 있다』고 답했다. 존 살리카시빌리 미 합참의장도 『뭔가 잘못된게 틀림없다』면서 『적절한 절차를 지켰다면 헬기의 식별장치가 정상가동됐을것』이라고 말했다.
조기공중경보기 모니터를 점검한 결과 미사일발사 직전 F15 전투기와 격추된 UH60 블랙호크 헬기는 서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있었던것으로 드러났다. UH60과 헷갈린 이라크군의 힌드 헬기는 특히 위에서 내려다볼 때 아주 비슷해 보이는데 F15가 사고 당시 이 헬기 위를 날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데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무기로 치르는 현대전의 맹점을 지적한다. 워싱턴소재 윌슨센터연구소의 군사전문가 토니 코디즈만은 『재래전과 달리 초를 다투는 현대전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적을 눈으로 확인한 뒤 공격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미군은 지난 걸프전 때도 아군을 적으로 오인, 35명을 희생시킨 경험이 있다. 오인 공격으로 인한 아군 희생은 새로운 게 아니지만 문제는 현대전으로 발전할수록 그 비율이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방 전문가들의 추산에 의하면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 베트남전에서 오인공격으로 인해 아군 손에 죽은 미군 비율은 2% 정도였으나 지난 1991년 걸프전 때는 17%로 급증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보고서는 수주일 뒤에나 나올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원인과 책임문제등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우선 이번 사고로 사망한 26명이 미국(15명), 터키(3명), 프랑스(1명), 영국(2)명, 쿠르드족(5명) 등 여러나라 사람들이어서 조사 결과를 놓고 나라마다 책임추궁이 있을 수 있다.
최정예를 자랑하는 미 공군이 무고한 인명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숨지게 했다는데 대한 인책의 선이 어디까지 갈것인가도 관심거리다. 페리장관이 사고가 터지자마자 예정됐던 한국 일본 방문을 연기한것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이번 사고로 받은 충격의 정도를 짐작할수 있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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