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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43년만에 북 동생 편지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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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43년만에 북 동생 편지받아

입력
199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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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상봉 기원·합동전시회 갖자” 내용에/“만났다 헤어지면 더상처” 안타까움 표시 한국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씨(81)는 북에서 온 동생의 편지를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언제나 잊지 못하고 뵙고 싶던 형님에게…연로하신 몸, 건강에 주의하시면 우리형제가 머지않아 기쁜 상봉을 하리라 확신합니다…』

 운보는 최근 충북 청원군 「운보의 집」에서 북한에 있는 친동생 김기만씨(68)의 편지와 사진, 작품 5점을 전달받았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 우청업씨(38·북경미붕무역공사 대표)가 동생 김씨로부터 직접 받아온 것이다.

 북한「조선미술창작사」를 정년퇴임한 기만씨의 편지에는 형님에 대한 그리움과 만남을 기원하는 애틋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뜻밖의 편지를 받아 든 운보는 듣지못해 지켜야 했던 70년 넘는 침묵보다 더 무거워 보이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장남 김완씨와 우씨가 한참 이야기하는 동안 편지만 몇번씩 고쳐 읽었다. 

 운보는「환희의 새아침」「국화」등 동생이 보낸 동양화 작품을 찬찬히 살펴본 뒤 비로소 입을 열었다. 『동생만이 아냐. 북한미술이 다 그래』

 우씨가 『동생이 간절하게 합동전시회를 갖고 싶어한다』고 말하자 운보는 『만나서 마음의 병이나 생기면 큰 일이지. 만났다 헤어지면 마음만 더 아파』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운보와 그의 가족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그가 서울을 떠나 군산으로 피란가는 길에 헤어져 남한과 북한에서 따로 살아왔다.

 가족이 모두 폭격으로 죽은 줄 알았던 운보는 91년 북한을 방문했던 한 정치인으로부터 동생 셋이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남 완씨는『혈육끼리 보고 싶기는 하나 합동전시회는 남북한 정부의 협의 아래 남북교류전이 열린다면 그중 하나로나 가능할것』이라고 전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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