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내력 묻어나는 호남의 수찰 제 아무리 교통이 발달했다지만 선암사 가는 길은 멀다.
서울과 중부권 내륙에서는 호남고속도로를 광산톨게이트에서 연장해 타고 광주―순창간 끝자락에 있는 승주까지 더 간다.
서울에서는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 영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산을 중심으로 하면 남해고속도로를 끝까지 타야 하고, 대구에서도 88고속도로를 다 탄 뒤 다시 호남고속도로를 40여분 더 간다. 전국 어디서나 만만치 않아 1박2일쯤 잡아야 무리가 없다.
이런 조건 탓일까. 절로 오르는 계곡은 맑고 청량하기가 여느 절과 사뭇 다르다. 절같은 절에 든 기분이 든다. 다녀온 보람도 각별해지는 곳이다.
선암사 경내는 꽃나무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4월과 5월 중순까지가 좋고, 가을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가 더욱 돋보인다. 적기에 드는 요즘 선암사계곡은 연초록 화사한 신록이 몇차례 봄비로 더욱 눈부시다.
백제 성왕 7년(529)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고찰이어서 천년을 두고 호남지역 수찰로 내려 온 내력있는 절이다. 한때는 60여 가람이 계곡을 가득 메웠다지만 여순사건과 6·25로 대부분 소진됐다.
남아있는 건물은 거의가 몇백년은 넘었을 고옥들이다. 단청도 다 바랜채 곧 쓰러질 듯, 회색빛이 짙은 건물들은 절 분위기를 더욱 넘쳐 보이게 해준다.
불편한 거리와 어려웠던 절 내력이 전화위복으로 절의 옛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셈이다. 붐을 이루고 있는 현대판 사찰로 변색하지 않고 남아 있는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옛 절의 진면모와 승려들의 생활상을 더듬어 보며 불교문화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나들이를 만들 수 있다. 절을 오가는 승려들이나 토담 안에서 봄볕에 옷가지를 내다 거는 하얀 얼굴의 학승들까지도 요즘 TV에 나오는 그런 스님들 같지 않다.
먼 만큼 숙박과 먹을거리를 확실히 하고 가야 불편이 없겠다. 숙박은 늦은 도착을 감안해 광주―승주간 중간의 유풍농원과 선운사 주차장내 조계산장에 미리 예약해두면 좋다.
유풍농원의 경우 욕실이 딸린 통나무 방갈로와 정갈한 식사가 일품이고, 겨우내 비축했던 야생산돼지고기 구이는 이곳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별미다.
<여행안내> ◆유풍농원 (0688)62―2402 조계산장 (0661)52―9121 ◆선암사 종무실 (0661)54―5247 <김완석·여행칼럼니스트>김완석·여행칼럼니스트> 여행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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