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질서는 15일 1백25개 우루과이 라운드협상 참가국들이 UR최종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에서 WTO(세계무역기구)체제로 넘어간다. UR의정서(협정)는 GATT를 WTO로 바꿀것을 규정하고 있다. WTO체제는 UR협정이 극명하게 밝혀주는 바와 같이 가트체제의 자유무역정신을 승계한 것이나 미국, EU(유럽연합)등 선진국들의 신흥공업국등 여타국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를 통한 수출증대라는 국가이기주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가트체제와는 사뭇 다르다. 가트체제는 교역대상을 공산품이 주축이 된 상품으로 정하고 또한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불리한 여건을 감안, 시장보호조치의 허용등 상당히 관대한 혜택이 주어졌다. WTO체제에서는 교역대상을 농수산물, 각종 서비스업종(금융, 통신, 운수, 의료, 교육, 변호사 및 계리사업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에 대한 시장개방요구도 한층 강경해졌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으로서는 사실상 농수산물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교역 품목에 걸쳐 조만간 시장을 완전개방하게 돼 있다.
WTO체제는 우리에게는 경제의 사활이 걸려있는 엄청난 도전이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우리의 경쟁상대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시련이 되겠으나 우리경제가 상대적으로 경쟁국에 비해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WTO체제에 대해 불안을 갖게되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UR체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UR의 쌀등 농수산물시장개방에 따른 농업, 농어촌, 농어민등 3농대책만해도 가공할 과제다. 그런데 미국,EU등 선진경제권은 그린 라운드(GR·환경문제다자간협상), 블루 라운드(BR·노동문제다자간협상), 컴피티션 라운드(CR·경쟁문제다자간협상), 테크놀로지 라운드(TR·기술문제다자간협상) 등을 추진하고 있거나 그렇게할 계획이다. GR와 BR등은 충분히 범세계적인 명분이 있다.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 환경을 보존하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또한 약탈적 저임금을 배제하자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선진국들이 이러한 대의명분 아래 신흥공업국이나 개도국의 경제개발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는데 있다.
한편 CR와 TR는 현단계에서는 제안단계에 불과하지마는 신흥공업국등 세계여타국들의 경제제도·체제·관행등을 선진국의 그것에 맞추어 통합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체제를 「국경없는 무역」 또는 「경제구조의 조정」이라는 이름아래 선진국처럼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UR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세계경제의 통합을 겨냥하고 있다.
WTO체제는 세계각국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지의 세계다. 이럴수록 믿을수 있는것은 국제경쟁력 뿐이다. 국가체제를 이에 맞추어 개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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