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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정도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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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정도다(사설)

입력
199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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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안이 복잡하고 미묘할때 대개 우리는 무슨 묘안이 없을까 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게 된다. 그렇지만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역시 정도를 가는 것이며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생지옥을 탈출하려는 러시아 벌목장의 북한 인부들에 대한 처리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고민도 많이 하고 백방으로 아이디어도 짜내봤지만 별수가 없었다. 인도주의와 인권보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한다는 원칙과 기준을 따르는 선에서 대책을 마련하면 그것이 곧 최상의 결정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이 그들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은 다행스러운 조치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때문에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한때 받지 않겠다고도 해봤지만 인권이라는 최고의 가치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잠정적인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외교수완을 발휘해서 그들을 상처없이 자유세계로 끌어낼수 있느냐를 골똘히 생각해야 할 단계에 이른것 같다. 마침『이들이 한국내 정착을 원하면 도울 수 있다』는 러시아의 호의가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유엔인권위원회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같은 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국제여론화시키는 노력도 아울러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그들을 북한이 강제로 데려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상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와 아울러 서둘러야 할것은 중국과의 외교협상이다. 중국땅으로 숨어드는 북한 벌목공들을 보는 시각에 있어서 중국은 러시아와 사뭇 다르다. 중국은 그들을 밀입국자로 보기 때문에 잡히면 북한으로 보내 버리는게 상례였다. 문민정부의 신외교가 표방해온 인권외교의 실력을 시험하는 본격무대가 열린 셈이다. 중국도 북한도 불쌍한 그들을 공포의 동토로 끌고가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 외교적 노력과 아울러 우리 내부에서도 그들을 어떻게 처우하고 정착 시킬것인지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인도주의 구호아래 불행한 동포들을 받긴 하지만 받은뒤에 일어날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정착비용도 막대할것이고 그들중에는 범법자들도 섞여 있다니 걱정이다. 또 간첩활동을 노린 위장 망명자도 있을 것으로 보아 옥석을 가리는데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그들이 계속 몇백명씩 몰려올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질때의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북한체제의 누수현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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