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주인으로 서는 민초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동학혁명 1백주년을 기리기 위해 혁명의 막바지 우금치 전투를 소재로 정하고 그 사건에서 이름없이 빛도 없이 죽어간 하층민들을 조명하고 있다.
무대위에는 누가 주인공이랄것 없이 25명의 농민군이 서로를 떠받쳐주고 있다. 그들중 좀더 좋게 조명을 받는 인물로는 관군의 토벌대장으로 위장침투한 이진엽, 한때 그를 사랑했으나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포기하고 농민군에 가담한 관기 군자홍, 남장한 그녀를 흠모하는 무당의 딸 버벙이, 극 중간에 집나간 아들을 찾아오는 노파, 갓난아기를 업고 남편을 데리러 온 아낙네, 관군에게 무참히 처형당한 어머니의 머리타래를 가슴에 품고 아버지를 만나러온 곱추등이 있다. 작가 김정숙은 이들에게 정성스럽게 생기를 불어넣어 관객에게 소개한다. 역사의 주체는 영웅적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오히려 현장에서 스러져 간 들풀같은 이들이라는 민중극적 접근이다.
그러나 「들풀」은 민초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한맺힌 이야기가 전체동학과 연결되는 중요한 고리들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우선 나무와 풀을 엮어 만든 세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연강홀의 무대가 좁아서 혁명의 힘을 농민군의 춤으로 표현하는데는 제약이 많았다. 게다가 그보다 더 취약했던 부분은 만드는 이들이 민초들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관군과 일본군의 계략앞에 무참히 스러진 들풀들, 그 사이를 바람처럼 흐르는 고요, 정적을 헤치고 들려오는 갸날픈 노파의 자장가로 끝맺음을 하는 마지막부분은 한맺힌 민중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한정하고 있다. 우리역사의 어느부분으로 그들의 함성은 스며들었으며, 1백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귀에는 어떤 소리로 들리는가를 짚어내었으면 좋았을것이다.
동학이라는 사건과 1백주년의 비중이 갖는 부담만큼 관객들의 기대는 높았다. 미흡한 점들이 눈에 뛰는 가운데서도 이 공연에 박수를 보낸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과거의 민초들을 되살린 배우들의 열정과 스태프들의 사명의식은 우금치들판에서 스러져 간 들풀들을 되살리는데 진력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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