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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시작(장명수 칼럼: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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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시작(장명수 칼럼:1665)

입력
199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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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러시아의 북한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 인부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작업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느끼는것은 통일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지역에는 굶주림과 억압을 견디지 못하여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경을 통해 중국 연변등지로 도망쳐나온 사람들이 1천명 이상,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장을 탈출한 벌목공들이 1백70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은 주로 한인거주 지역을 옮겨다니며 은신하고 있으나, 언제 북한으로 송환될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들은 헌법상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귀순 북한동포 보호법은 북한탈출자들의 정착을 돕기위해 적절한 보호를 베풀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벌목공에 대한 입장을 몇차례 뒤집은 끝에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책」을 세우기로 결정한것은 예상되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끝까지 외면할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것이다.

 그러나 막상 정부의 결정이 내려지자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의 외교노력을 통해 북한 탈출자들이 국제법상 난민의 지위를 얻거나, 우리 공관을 통한 개별적인 「망명」이 허용될 경우,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흡사한 과정으로 확대될것이라는 예감을 누구나 품고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탈출자를 막기위해 국경지대에 군병력을 늘리는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으나, 배가 고파 탈출하는 사람들을 총칼로 막는데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한계가 있을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실질적인 통일작업의 시작이라는 인식아래 다각적인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한다.인도주의는 이상이고, 그들을 받아들여 정착시키는 것은 현실이다. 러시아에서 탈출한 벌목공중 당장 한국에 올수있는 숫자는 90명정도라고 하는데, 그들 90명은 「가난한 형제」 2천만명을 받아들이는 과업의 1진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통일의 시기와 방법을 선택할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원하든 원치않든간에 이미 통일수행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국민도 같은 부담을 지게될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 독일의 통일에서 많은것을 배웠다. 통일을 이룬 감격, 통일을 완성하려는 고통과 보람, 「여유있는 형제」가 「못사는 형제」와 하나가 되려면 더 인내하고 헌신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 이런것들을 독일통일은 보여줬다. 우리는 이미 통일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내일 통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현실적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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