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파급효과 23억불 규모 맨해턴을 보지 않고는 뉴욕을 말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지 않고는 뉴욕을 말할 수 없다.
대도시다운 밤거리의 화려함으로 말하면 브로드웨이는 라스베이가스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는 라스베이가스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문화적 품위가 있다. 그 가장 미국적인 화려함인 동시에 우아함의 정체는 바로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는 뮤지컬을 먹고 산다.
뮤지컬은 뉴욕 대중문화의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뉴욕시민을 먹여살린다. 뉴욕시의 돈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에 밀집한 극장들은 65달러(5만2천원)씩 하는 좌석이 비는 날이 없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지만 일단 히트만 하면 짧으면 수년, 길면 수십년씩 계속 공연을 하기 때문에 본전을 뽑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아가씨와 건달들」 「캐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등이 전형적인 경우다.
최근 뉴욕시가 발표한 「브로드웨이가 뉴욕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뮤지컬이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 지 알 수 있다. 「문화상품」으로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된 뮤지컬등 공연물 관람객 3천2백명을 대상으로 문화의 경제기여도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브로드웨이의 35개 극장이 뉴욕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연간 23억달러(1조8천4백억원)라고 밝혔다. 또 이 해에 브로드웨이의 각종 공연이 끌어들인 관광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2백59만명이나 된다. 이들이 밥값으로 뿌린 돈이 2억6천6백만달러, 택시요금도 3천5백만달러나 됐다. 여행객이 뿌린 돈에 근거해 거둬들인 지방세 수입만도 1억4천2백만달러로 추산됐다. 여기에 브로드웨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직종 종사자만도 2만5천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행객중 반 이상이 여행 목적을 문화활동 감상이라고 응답했고 이들 응답자 가운데 3분의 2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즐기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고 답했다.
아닌게 아니라 브로드웨이의 극장에는 유럽에서 왔음직한 관객들이 꽤 많다.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쓰는 사람이 제법 있다. 촌스런 남부 사투리를 쓰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띈다. 주로 나이 지긋한 층들이다. 정장을 하고 향수같은 화장품을 짙게 뿌린 사람들이 많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경쟁력은 와서 직접 보지 않고는 결코 그 체험을 나눌수 없는 그 무엇에 있다고 한다. 화려한 볼거리와 현란한 춤, 정교한 무대장치, 감동적인 노래 등등. 예찬론자가 아니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뮤지컬제작자는 영화제작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다. 무엇이 돈이 되는가에 대한 본능적인 후각이 있다. 그리고 일단 먹이감을 포착하면 완벽한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이것은 예술이니까 아는 사람들은 와서 보라는 식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2시간에 65달러가 결코 아깝지 않게 해준다.
어찌 보면 극장측은 오만함까지 내보이는 듯하다. 뉴욕의 어지간한 식당등에는 흡연자용 좌석이 따로 있는데 뮤지컬극장에는 흡연구역조차 없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중간휴식시간에 극장 밖으로 나와 길거리에 연기를 내뿜을 수밖에 없다. 이런 수모를 겪어가면서까지 관광객들은 뮤지컬을 찾는다. 가장 미국적인 것의 문화적 표현이기 때문이다.【뉴욕=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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