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라운드(ROUND)혼돈시대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라운드는 그린 라운드(GR), 불루 라운드(BR)로 이어지며 우리를 옥죄고있다. 세 종류의 라운드는 마치 3라운드의 아마추어 복싱을 생각케한다. UR는 그중 1라운드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라운드에서 흠씬 두들겨맞은 권투선수의 몰골이다. 맞기만 한게 아니라 연신 헛방질만하다 제풀에 지친 형상이다. 장관이 두사람이나 갈렸는가 하면 대통령 국무총리가 3차례나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해야만 했다. 국내의 일부정당과 재야단체들이 UR최종의정서의 국회비준을 저지하기 위한 거리투쟁을 벌이는 사이에 모로코 마라케시에선 15일 세계 1백25개국이 최종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UR를 마무리한다. 우리의 시련은 여기서 그칠것 같지도 않다.
권투에서는 1라운드가 끝난후 1분간의 휴식시간이 있고 맷집이 좋은 선수는 휴식시간동안 컨디션을 회복해 실점을 만회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라운드는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의 우리에게 첫번 라운드가 채 끝나지도 않은채로 둘째, 셋째 라운드가 마치 삼각파도처럼 밀어닥치고 있다.
알려진대로 이들 라운드는 국제질서 재편과 관련한 국제회의를 일컫는다. UR가 국제교역질서 재편에 관한 것이라면 GR는 국제환경질서, BR는 국제고용질서 재편에 관한 회의다. 회의에서는 나라마다 입장차이가 있지만 그 기본구도는 선진국들이 중진 또는 후진국들에 그들이 세운 기준질서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선진국들의 선험적 지식이 인류의 공동선에 부합한다는 독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요구수준을 너무 높이 설정해 개도국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자칫 대국주의의 횡포로 전락할 수 있다. 자원이라곤 삼림밖에 없는 나라에 지구환경보호를 명분으로 개발을 못하게 한다거나, 1인당 GNP가 기백달러에 불과한 나라에 기만달러인 나라의 근로기준을 적용하라고 한다면 이는 후진국은 감히 선진국을 넘보지 말라는 주문에 다름아니다. 오늘날 지구환경보호가 초미의 과제로 된것은 선진국들이 앞서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규모 큰 환경파괴에 더 책임이 있고, 빈곤문제만 하더라도 선진국들이 앞선 시대에 저지른 착취의 유산인 경우가 많다.
어쨌든 교역규모에서 세계12위인 우리나라는 염원해온 선진국의 문턱을 막 넘어서려는 계제에 있다. 라운드의 삼각파고를 헤쳐감에 있어서도 우리의 위상에 맞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 이상의 헛방질은 후진성의 징표일 뿐이다.<주간한국부장>주간한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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