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진급 격감… 시험부정 파동도/“ROTC 양성이 효율” 주장거세 미국의 사관학교들이 냉전종식과 함께 입학생이 줄어드는가 하면 낭비가 심하다고 비난받는등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번달에 제레미 부어다 제독이 해군참모총장에 취임할 때 5∼6명의 참모는 비사관학교 출신이 임명될 예정이다. 72년부터 90년대를 거치면서 육군장성이나 제독중에 사관학교 출신은 43%에서 33%로 떨어졌다. 반면에 ROTC 출신은 5%에서 41%로 급증했다. 이는 사관학교 출신의 영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에 일어난 해군사관학교 사상 최대의 시험부정 사건은 사관학교 특유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부정행위를 한 생도들은 깨끗이 승복을 하기는 커녕 해군 조사관들이 자기들에게 자백하라고 압력을 가함으로써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사건은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다.
사관학교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공군사관학교는 지난 88년에 1만6천6백명이던 응시자가 올해에는 8천8백명으로 줄었다. 육·해군사관학교도 신입생 감소로 애를 먹고 있다. 냉전 이후에 적합한 교과과정을 개발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 사관학교가 별다를 것도 없는데 돈만 많이 쓴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3개 사관학교가 한해에 쓰는 돈은 10억달러(8천억원)에 가깝다.
사관후보학교 등을 통해 장교를 양성하는 것이 돈도 덜 들고 훨씬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92년 미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5년 의무복무 조건을 제외하고는 학비가 무료인 사관학교는 학생 1명당 졸업까지 모두 25만달러의 비용이 든다. ROTC는 한사람당 6만여달러가 들며 대개 4∼5년간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달고 있다. 사관후보학교는 1인당 2만5천달러에 복무조건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사관학교가 돈이 더 드는 이유에 대해 데이비드 파머 전육사교장(86∼91년)은 『4년간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때문이라며 『일주일간 군복을 입고 한여름동안 훈련을 받는 ROTC와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사관학교 출신이 ROTC나 사관후보학교 출신보다 더 뛰어난 장교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무성하다. 웨스트포인트 교장인 하워드 그레이브스(육군중장)는 국방부 검사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식 보좌관 3명 외에 연봉 3만7천달러인 운전사(하사)를 그대로 쓰고 있다. 그는 운전사를『육사의 존재에 필요하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보좌관들은 『스튜어드나 운전사 역할을 같이 하게할 수는 없다』고 말해 검사관들을 어리벙벙하게 했다. 이런 식의 낭비로 사관학교들은 연간 수백만달러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의회는 사관학교의 특권까지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7년에 발효되는 의회훈령은 사관학교 졸업생이 「정식」임관할 때 ROTC 및 사관후보학교 출신과 경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관학교 졸업생이라도 일단은 「예비」임관상태로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문에 사관학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관학교가 앞으로도 살아 남으려면 「의무·명예·조국」뿐 아니라 「효율과 적응성」도 아울러 배양해야 할것이다.【정리=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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