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이 첫번째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한양출판사)를 얼마 전에 선보였다.
이 장편소설에는 진진한 전라도 방언과 걸쭉한 육담이 풍성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작품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다. 이 작품은 이처럼 강한 흡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편소설인지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괜히 길기만 하여 우리를 짜증스럽게 하는 장편소설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런 미덕만으로 우리가 이 작품에 주목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작가는 「아름다운 얼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육체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점이 또한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끈다. 「…얼굴」이 작가의 유년기와 근황을 소개하고 있고 「…오라」가 「열여덟 무렵」을 소개하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성장소설이고 또 송기원의 「몸」을 비교적 투명하게 노출하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그러나 「…오라」는 송기원이 『문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온몸으로 문학이라는 것을 배웠던, 문학의 어떤 원형질 시절』을 내밀하게 토로한 고백록이라는 또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고백록을 위해 이 장편소설이 설정한 무대는 장터이다. 민중의 생활과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민중의 애환이 펼쳐지는 민중의 광장이 바로 장터이다. 송기원은 이런 장터에서 성장하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민중의 삶을 그 어떤 작가보다도 더 명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이 그런 장터에서의 작가의 체험을 반영하기 위해 채용한 주요인물은 무당의 아들인 박춘근과 사생아인 김윤호이다. 이들은 청소년 시절을 약간 다르게 보내지만 『소위 장돌뱅이라고 불리는 시골 장터의 밑바닥 사람들』이라는 자의식과 그런 이들에게 숙명처럼 주어지는 빈한한 삶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이 세상의 흐름에 순순히 합류하기란 힘들게 마련이다. 그들은 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때로는 자학하고 때로는 자포자기하여 고향의 장터에서 건달 혹은 깡패로 젊음을 탕진한다. 말하자면 이들은 『불과 스무살도 안되어 인생을 포기해 버린 채 죽어가는 자』들이다. 이런 「어둠의 자식들」의 젊은 날의 악행과 방황에 이 작품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들의 파괴적이고 위악적인 삶을 철저하게 해부하면서도 이들의 구원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윤호와 연희, 춘근과 옥희의 사랑에서 그것은 주로 비친다. 이들의 사랑은 결국 실패하지만 그 사랑의 과정을 통해 이 소설은 이들이 악행과 방황의 일상을 벗어나 의젓한 성년으로 변신할 것임을, 그리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소설은 열악한 환경 아래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심신이 온통 파괴된 이들의 젊은 날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라 하겠다.<김태현 문학평론가>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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