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1월 공식출범/경쟁력만이 유일한 생존수단/강대국 일방적횡포도 안통해 우루과이라운드(UR)각료회의가 12일 상오10시(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막됨으로써 86년9월이후 7년반동안 1백25개 참가국의 희비를 갈랐던 UR협상은 마침내 공식 종결되게 됐다.
오는 15일 각국 대표들이 UR협상 결과를 확인하는 최종의정서에 서명하고 그에 맞춰 각국이 국내비준절차를 밟은뒤 빠르면 내년 1월1일 세계무역기구(WTO)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이로써 지난 47년이후 반세기 가까이 국제무역의 기본규범역할을 해온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은 8번째 다자간협상(라운드)인 UR를 끝으로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지고 대신 WTO 신체제가 국제경제질서의 새 규범이 된다.
UR는 쌀을 비롯한 농산물과 서비스시장의 개방을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강요한 국제압력으로 비친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존자원이 없어 수출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선 좀더 냉정히 사태의 전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UR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당장 입엔 쓰지만 결국 몸에 이로운 보약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UR이전 7차례의 라운드를 거친 GATT체제와 UR결과로 새로 떠오른 WTO체제를 비교해보면 잘 드러난다.
먼저 두 무역질서의 기본성격을 살펴보면 GATT는 미국상원의 거부권행사로 국제무역기구(ITO)의 태동이 좌절되자 단순히 국가간 협정차원에 그치면서 때때로 일부국가가 자유무역질서를 어지럽혀도 별다른 제재수단을 갖지 못했었다. GATT체제의 무기력함으로 지난 80년대 무역적자에 부대낀 미국이 슈퍼301조와 반덤핑제소등을 남발하며 무차별적 공세를 퍼부었을때 한국·일본등 무역상대국들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WTO는 회원국간 분쟁해결을 전담하는 상설기구를 갖게돼 강자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갖췄다. 최근 미국이 슈퍼301조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등 피해예상국가들이 대응수단으로 WTO제소를 제기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GATT체제는 주로 공산품에 대한 관세인하에만 주력한데 비해 UR로 구체화된 WTO질서는 농산물과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조치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제교역규범을 새로 마련했다. 농민등 개방피해를 직접 겪어야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변화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물론 영세농민과 중소업체들에 밀어닥칠 개방충격이 예사롭지 않을거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세계 12위(유럽연합(EU)을 하나로 볼 경우 5위)의 교역국이 될만큼 경제규모가 커진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진 분야를 언제까지 무작정 감싸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역은 어디까지나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가면서 농업등 낙후부문은 국내 차원에선 별도의 구조조정 또는 경쟁력 보완대책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모호하게 방치된 반덤핑 보조금등 각종 무역규범이 보다 엄격하고 명료하게 규율과 내실을 갖추게 된것도 WTO체제의 강점이다. 80년대이후 앨범업계등 수많은 국내업체들이 미국 EU등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일방적인 무역제재를 받아 하루아침에 문을 닫은 사례를 돌이켜 볼때 앞으로는 이처럼 억울한 피해가 상당부분 덜어질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마라케시회의로 UR협상의 최종의정서가 서명되면 각국의 국내비준이라는 요식절차만 남긴채 WTO체제가 그대로 굳어질것이라는게 국내외 통상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저간의 국내 사정이야 어쨌든 우리나라는 WTO 출범에 깊숙이 동참한 것이 사실이고 「배」는 이미 대해로 나선 셈이다.【마라케시=유석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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