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면 부담 가중/상무대의혹엔 “문제없다” 국면전환 시도 청와대는 조계종사태로 여전히 당혹해 하고있다. 야당이 장외공세에서 장내진입으로 방향을 틀 움직임을 보이면서 청와대는 국면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계종사태만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꼬여가고 있어 또 어떤 정치공세의 빌미를 야당에 제공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총무원 건물을 점거하려던 범종추의 개혁회의 승려들을 경찰이 막고 연행한것을 개혁회의측에서 『총무원 비호』라고 비난하는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개혁회의측은 특히 공권력 투입을 비난하며 경찰이 조계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청와대의 고민은 경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것을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개혁회의측이 강제로 총무원건물을 접수하려 했기때문에 경찰이 투입된것이고 양측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경찰은 철수한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민섭문화체육부장관도 12일 이같은 내용의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정부는 조계종사태와 관련, 그동안 종교문제에 개입한다거나 어느 한쪽에 대한 비호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지켜 왔다』고 강조했다. 폭력예방에만 역점을 두어 왔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개혁회의측과 총무원측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가장 최선이라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쉽지 않을뿐더러 정부가 섣불리 중재에 나설 수도 없다는데 고심하고 있다. 생각같아서는 중립적인 제3세력이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주었으면 좋겠지만 누가 중립인지 판가름하기 어렵고 설령 있다해도 청와대가 이들과 만나기도 어려운것은 마찬가지이다. 앉아서 보고만 있어서는 안될것 같고 그렇다고 나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게 청와대 입장이다.
청와대는 그런가운데서도 조계종사태와 맞물려 여권을 압박했던 상무대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이날부터 해결의 가닥을 잡기 시작한 분위기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이날 야당의 국정조사권 발동요구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꿀릴게 없으니 못받아줄 이유도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는 야당을 국회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야당이 의혹의 대상으로 제기한 여권인사들에 대한 자체조사결과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확신」을 얻었기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관계자들은 『문제의 동화사 대불은 92년 12월에 준공돼 당시 3당의 대선후보가 다 점안식에 참석했었다』며 『야당이 시점을 착각했거나 뭔가 잘 못 짚은것』이라고 주장했다. 6공때 일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 시작한것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UR파문, 사전선거운동시비, 외교안보정책 혼선, 조계종사태와 상무대 비자금 의혹등 일련의 사태에 정면돌파와 우회대응을 번갈아 구사하며 어떻게든 국면을 전환해보려 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야당의 장외집회를 고비로 그런 기대를 가질만도 한 상황이 됐다. 김대통령도 휴일 잠실야구장을 찾은데 이어 12일 저녁에는 오페라를 구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조계종사태는 아직 청와대에 부담감을 안겨 주고 있는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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