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협정」따라 미 해체작업 한창/완벽 안전장치후 공장운반 4부분 분리/폭발위험 큰 중심부는 5m두께 건물서/플루토늄 최종 처리방법은 아직도 논란 냉전의 유물은 많다. 그중에서도 핵무기는 가장 처치곤란한 유물이다. 미국의 경우 4년전만 해도 2만1천개의 핵폭탄이 있었다. 2003년이면 3천5백개로 준다. 미국과 구소련간에 체결한 전략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기존의 핵무기를 상당수 없애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핵무기를 어떻게 폐기처분하느냐이다. 만들기보다 없애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탄은 6천여개의 정밀부품으로 돼 있다. 마이크로칩, 뇌관, 전자시한장치등등. 미에너지부가 운영하는 텍사스주 아마릴로 근교의 팬텍스라는 공장에서는 지금 핵무기 해체작업이 한창이라고 뉴욕타임스 매거진 최신호는 전한다.
해체과정은 이렇다. 우선 온갖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한 상태서 중무장한 트럭이 핵무기를 이 공장으로 운반해 온다. 그러면 X레이로 이상여부를 투시한 뒤 4개의 주요부분으로 해체한다. 폭탄의 방향을 유도하는 레이더장치가 달린 탄두, 플루토늄의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심부, 폭발시간을 입력한 시한장치, 낙하산이 달린 꼬리부분등등. 각 부분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해체된다.
해체작업의 핵심은 플루토늄이 담긴 공 모양의 금속용기가 들어있는 중심부. 그 주변에는 격발장치 역할을 하는 고성능 화학폭발물질이 감싸고 있다. 컴퓨터가 격발을 시키면 이들 폭발물질은 플루토늄이 내부에서 폭발해 핵분열을 일으키게 한다. 이 중심부와 그 주변장치들은 5·1 두께의 모래와 자갈로 덮인 원형 콘크리트건물 안에서 해체된다. 화학물질이 폭발할 경우에는 이 콘크리트구조물이 저절로 무너져내려 플루토늄을 뒤덮도록 설계돼 있다.
플루토늄이 든 용기는 따로 특수콘테이너에 넣어 「이글루」로 불리는 저장실로 보낸다. 이 저장시설은 이뉴이트족의 얼음집 모양인데 폭발이나 화재, 지진등에 견딜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이 이글루가 중간보관시설이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플루토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을 빚고 있을 뿐이다.
한편 해체과정에서 각종 부품을 분쇄해 나온 구리, 금, 알루미늄등은 자원재생센터로 보낸다.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은 전부해봐야 원자탄 무게의 30%정도에 불과하다. 재활용이라곤 하지만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 팬텍스가 92∼93회계연도에 해체한 핵폭탄의 값은 수억달러였지만 해체과정에서 나온 금속류를 팔아 남긴 수입은 1백40만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군수산업 입장에서 보면 「껌값」이다. 그나마 이중 절반이 도금이었다.
그런데 예를 들어 해체기술자가 일부러 폭발물질을 땅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에너지부대변인은 해체과정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가능성은 『점화플러그와 배터리를 뺀 상태에서 자동차가 저절로 굴러가기를 기대하는것과 같다』고 말한다. 핵폭탄은 일련의 컴퓨터비밀신호를 입력해야만 격발되기 때문이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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