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비싼것 “불티”… 일부품목 국산보다 기능떨어져 무턱대고 값비싼 외국산 가전제품을 찾는 「눈먼 구매」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외제가전제품 구매대열에는 일부 부유층 외에 중산층까지 가세, 외제선호가 중산층의 새로운 유행병으로 번지는 느낌이다.
외제가전품 구매는 91년이후 수그러들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제품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 올들어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올 1∼2월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가까이 늘었다. 세탁기는 80%가량 늘었고 전자레인지와 정수기는 무려 3백%이상 수입이 급증했다. 전자레인지의 올 1∼2월 수입량(20만6천달러)은 지난해 1년간의 수입량에 해당한다. 용산전자상가에 직판장을 갖춘 네덜란드 필립스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매출이 전반적으로 부진, 철수까지 생각했었으나 최근들어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지난해 7월께는 월매출이 6백만원을 밑돌았으나 요즘은 하루에 6백만원어치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시중백화점도 비슷해 올들어 월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거의 배에 이르고 있다는것이다.
특히 많이 나가는것은 대형세탁기와 냉장고다. 한대에 1백50만원쯤 하는 미국 월풀사의 5㎏들이 세탁기나 같은 용량의 독일 아에게 세탁기는 들여놓기가 무섭게 팔린다. 대형냉장고의 경우 3백만원쯤 하는 7백53ℓ짜리 제너럴 일렉트릭사 제품이나 월풀사 제품이 속속 나가고 있고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스오븐 레인지는 1백만원대의 미국산 카로릭이 인기품목이다.
새로운 현상은 예전에는 일부 계층에 국한됐던 외제가전품 구매가 요즘엔 중산층에까지 확대돼 이들이 값비싼 외제가전품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시내 주요백화점의 경우 평상시에는 외제가전품 매출이 거의 없다가 세일을 할 때 대부분이 팔려나간다. 이는 자금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중산층이 외제품 구매대열에 합류하면서 생긴 신풍속도다. 용산전자랜드내 수입품점인 S상사의 판매부장은 『40평 이상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외제가전품의 고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외제가전품이 가격은 국산의 2배이상 되는데도 전력소비량 소음등에서 국산에 뒤질 뿐 아니라 기능이 뒤떨어지는 제품도 많다는 점이다. 공업진흥청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니사의 25인치 컬러TV의 경우 일본의 음성다중방식이 우리와 달라 음성다중이 안될 뿐 아니라 국내방송 채널중 2∼6번까지는 수신이 불가능해 SBS와 AFKN은 아예 시청할 수도 없다는것.
또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냉장고는 국산보다 월간 소비전력은 50%가량 많고 냉기보존성능 및 냄새탈취기능이 뒤지는것으로 조사됐다. 세탁기도 예외는 아니어서 독일 아에게 세탁기는 국산보다 세탁성능은 떨어지고 소음도 많은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국내가전사들이 그동안 대형가전품 개발을 소홀히 했고 일부 품목의 경우 내구성이 뒤떨어지는등 국내사들도 대형외제품 구매붐에 책임이 있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른바 국제화·개방화 분위기에 편승, 대형외제품에 대한 「눈먼 구매」에 휩쓸리고 있는 중산층은 합리적 소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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