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AIDS)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상상치 못했던 인류최후의 질병이 시시각각으로 엄습해오는데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우리의 무감각이 걱정이다. 에이즈는 왜 무서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현대과학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에이즈는 그 예방책도 치료약도 없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에서만 생존하기 때문에 동물실험도 불가능하고, 일단 감염되면 모든 세균과 바이러스에 무방비상태가 되기 때문에 치료약 개발이 결코 쉽지가 않다. 향후 10년내에 개발된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일단 걸리면 치사율이 100%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모든 질병중 가장 무서운 병이다.
에이즈 환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1981년이다. 6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계 1백87개국에 확산돼버렸다. 호미로 막을 단계를 지나 둑이 이미 무너진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통계에 의하면 현재 감염자수는 약 1천5백만명이고 2000년에는 4천만명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로 볼 때 현재 약 3백50명중 1명꼴인데 향후 불과 6년이면 1백50명중 1명으로 퍼진다.
92년12월 미상원 에이즈청문회에서 하버드대학의 윌리엄 헤젤다인은 서기 2010년에는 10억인구가 에이즈에 감염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 때의 지구인구가 약 70억이 될 것이므로 7명당 1명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셈이다.
에이즈가 가장 심한 뉴욕의 어느 고등학교는 전체학생중에서 7명당 1명꼴로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충격적인 보고마저 있다.
한국은 아직 그토록 심각하지는 않지만 안심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금년 3월말 현재 포착된 감염자 수는 불과 3백37명이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에이즈 확산속도가 이처럼 빠른데는 적어도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감염되고도 10여년간 증상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아 문란한 성생활을 통해 본인도 모르게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둘째, 보복심리에서 고의로 퍼뜨리기 때문이다. 셋째, 동성연애자들이 상상외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젊은 인구층을 집중공략한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 이 땅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우리의 2세들이 에이즈에 희생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비극이다. 한국의 감염자중 20∼30대가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도 마찬가지다. 건강증명서 없이는 결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한마디로 급속한 문화의 변질, 즉 성윤리의 총체적 변질에 그 주된 원인이 있다. 젊은 세대는 어제의 가치, 기성의 윤리는 그 어휘부터 거부하려든다. 그래야만 신세대답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윤리거부증세」가 만연되면서 에이즈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에이즈는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다른 질병과 달리 에이즈는 환자만의 징벌이 아니고 그 가족과 친척까지도 사회적 기피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 피해범위는 엄청나다.
미국은 이미 에이즈예산이 총 예산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져들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한국에이즈연맹 회장>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한국에이즈연맹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