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는 민주적인 정치체제하에서 효율적인 시장경제를 달성하려는 러시아에 대해 과연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구소련의 붕괴이래 최근 5년동안의 징후는 우려할만한 것이었다. 예고르 가이다르 전부총리의 개혁정책들이 92, 93년에 걸쳐 강력하게 추진되었지만 서방은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 극우민족주의지도자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총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리처드 닉슨은 지난해 실패한 쿠데타의 지도자이자 감옥생활까지 한 전죄수들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까지 왔다. 이러한 사실이 여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서방의 많은 나라들이 지리노프스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고 심지어 그를 감싸주고 위로하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러한 제스처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그가 러시아의 병사들에게 『인도양의 따뜻한 물로 군화를 씻자』고 말한 그의 야욕을 벌써 잊었는가.
클린턴 미대통령의 전 옥스퍼드대 룸메이트인 스트로브 탤보트국무차관은 『적은 충격으로 더 많은 치료를』이라는 소비예트식의 슬로건을 만들었다. 서방의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가 개혁을 위해 충격적인 치료요법을 더 사용해야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서방세계는 러시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달성하는것을 바라면서도 그 과정에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는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러시아를 보고 있음을 느낀다.
이번달 IMF로부터 15억달러의 재정원조를 둘러싼 합의이후 서방의 일부는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들은 최근 3개월동안 러시아에서 단하나의 경제개혁 또는 정책의 입법화시도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개혁정책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근거도 없다. 반서방주의나 극우주의자들의 자세가 점점 더 고압적이 되어 가고 있는 조짐도 뚜렷해진다. 일부 서방사람들은 러시아에서 허황된 정치적 안정을 위해 경제개혁을 희생하기를 원하는것 같다.
93년에는 러시아의 대서방관계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도덕적 지지가 문제될 뿐이지 돈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난해 8월 우리는 서방과의 구조조정약속을 지키지 못해 결과적으로 IMF로부터 돈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숫자를 조정해 돈을 얻었을지라도 그 진행과정에서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계에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IMF는 차관을 연장시키는것이 서방세계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줬다. IMF가 더욱 빨리 차관을 양도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빨리 나쁜 방향으로 정책변환을 하게 될것이다. 나는 새로운 차관의 도입이후에 미하일 고프바초프구소련대통령이 경제개혁에 흥미를 잃었다는것을 상기하고 있다.
15억달러는 러시아에게 하찮은 것이다. 주어진 금액을 단지 몇분만에 써버릴수도 있다. 단지 그것은 러시아의 경제정책을 격려하는 찬성의 징후로 중요할뿐이다.
지금 이것은 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다. 내기에 건 돈은 크다.
개혁의 반대론자들은 차관을 얻기 위한 귀찮은 요구조건과 서방세계에 굽실거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IMF에 간 러시아대표들은 빈 리셉션 룸에서 수시간동안을 기다려야 했으며 한참동안 러시아가 얼마나 큰가, 얼마나 많은 특별한 대우가 필요한가등 지루한 강의를 들어야하는 푸대접을 받았다.
제발 서방전문가들은 러시아는 너무 특별해서 문명세계로부터 지원받을것이 없다는 극우주의자들의 말을 믿지 말라. 그 말은 터무니없는것이다. 결국 자만심은 자만심만 나을 뿐이다. 러시아의 점진적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에 직접 와서 러시아인들의 평균 월급을 가지고 2년만 살아보라.
서방사람들은 속기 쉽거나 위선적인가. 나는 잘은 모르지만 서방의 납세자들은 그들의 세금이 어떻게 무슨 목적에 소비되는지 알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똑같이 예산이 러시아의회서 먼저 승인되고 새 정부는 후에 정책을 세워야된다는 것을 알아달라. 극우주의자들이 만든 예산으로 옐친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대책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아닌지의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나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지지하며 전적으로 개혁정책을 일임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차관이나 원조에 대한 서방세계의 제약을 완화하는것이 러시아에 오히려 해롭다는것을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다.【정리=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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