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혼선 무능력부도덕연결 맹공야/「서명유예」로 맞불… 또다른 악수우려여 여야가 9일 장내와 장외에서 우루과이라운드(UR)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민주당이 오랜만에 장외 집회를 통해 대여공세의 기세를 올리자 민자당은 이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머리와 입」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 민주당은 이날 「우리농업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가 전국 11개 시도에서 일제히 개최한 「국민대회」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장외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서울 보라매공원의 집회에 이기택대표등 서울지역의원들이 대거 참석하고 다른 시도 집회에도 의원들을 연사로 파견하는등 총력전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박계동(부산) 이희천(대구 경북) 장기욱(대전 충남) 정기호(충북) 김영진(광주 전남) 홍영기(전북) 최욱철(강원) 김장곤의원(제주)등이 각 집회에서 한 목소리로 정부의 대처능력부족과 도덕성을 질타했다.
민주당은 특히 서울 보라매공원의 집회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이기택대표는 연설내내 원색적인 말을 강한 톤으로 구사해가며 정부를 몰아쳤다. 이대표는 보라매연설에서 UR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혼선을 부도덕성과 무능력으로 연결지어 나갔다. 이대표는 『정부가 쌀개방불가를 외치다 개방을 결정했고 UR이행계획서수정도 한 글자도 고칠수 없다고 했다가 결국은 고쳤다』며 현정부를 「거짓말 정부」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대표는 『김영삼정부는 대통령 총리 장관의 사과가 10번이 넘는 사과정권』이라는 말로 정부의 무능력을 공박했다. 부도덕성과 무능력을 겨냥한 이대표의 연설은 향후 민주당이 펼쳐나갈 공세의 방향을 시사해 주었다.
이대표는 비판에 이어 대안으로 재협상추진과 국회청문회등의 당론을 다시한번 제시했다. 이대표는 이 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회비준거부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대표의 공세적 연설처럼 민주당은 당분간 강공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외공세 일변도로 나가는데는 당내에서부터 이견이 적지 않다. 장외일변도의 공세가 자칫 국민정서에 반할 수 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날 보라매집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대표가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행사후 가두행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투쟁방법과 수위조절에 고민하는 민주당의 속사정을 잘 말해주고있다.민주당은 오는 18일 독자적인 집회를 열어 공세정국의 기조를 이끌어갈 계획이나 규모와 집회장소를 추후 결정키로하는등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자당◁ 야당이 장외로 뛰쳐나가 있는 동안 민자당은 격앙된 분위기속에서 노심초사했다. 거듭된 만류와 경고속에서도 야당이 장외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데 대해 민자당은 난감해 했다.
다른 한편 민자당은 이날 UR 협상내용중 세계무역기구(WTO)설립협정문과 부속협정에 대한 서명 유보방침을 서둘러 내놓았다. 외무부등 정부관계자들은 이에 난색을 보였지만 민자당측은 『국민들을 설득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정치논리」로 정부측을 설득시켰다는 후문이다. 이 조치로 민자당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WTO체제출범까지 협정조인을 미룸으로써 당장의 야당공세에 대처할 수 있는 명분을 얻어 보겠다는 얘기다. 또 이번 결정을 계기로 민자당은 UR국회비준동의의 시기를 잡는데 매우 신축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에는 오는 7,8월께 임시국회를 열어 내년예산심의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이 문제를 다룬다는 생각이었다. 민자당은 이렇게 해서 번 시간동안 농촌대책등 UR후속대책을 내실있게 내놓고 국민과 야당의 마음을 돌려본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민자당의 고민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WTO설립협정문 및 부속협정의 서명유보를 달갑게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오히려 정부측이 지금까지 『UR최종의정서는 반드시 다른 나라와 함께 서명해야 한다』고 말해왔던 사실때문에 더 난처한 야당 공세에 처할 지도 모른다.
【이영성·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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