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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무직」?(장명수칼럼: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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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무직」?(장명수칼럼:1663)

입력
199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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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을 집에서 보낸 결혼한 직장여성들에게 『어제 잘 쉬었어요?』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하루종일 일하느라고 혼났어요』라는 대답을 듣게된다. 『세끼 식사준비하고 설거지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는걸요. 무슨 뾰족한 일을 한것도 없는데, 저녁이 되니 허리가 다 아프더라구요. 빨리 월요일 아침이 되어 직장으로 탈출하고 싶을 정도였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직장일이 어려우냐, 가사가 어려우냐는것은 단순비교할 수 없는 문제지만, 가사를 담당해 본 여성이라면 그것이 직장일 못지 않게 어렵다는것을 잘 알고 있다. 노동강도에서 뿐 아니라 일의 중요도에서도 선후를 가리기 힘들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보수가 높은 직종일지라도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주부의 역할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직장여성과 전업주부가 같이 교통사고라도 당했다면,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의 차이는 엄청나다. 직업을 가진 경우는 그가 받는 봉급이 기준이 되지만, 전업주부는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93년 11월의 법원 판례를 보면, 도시거주 주부의 경우 55만7천원, 농촌 주부의 경우 53만9천8백원을 월소득으로 보고 있다. 이 액수는 전체 평균임금의 57%에 불과하다.

 그가 아무리 가족을 잘 보살피고, 고임금 전문가 못지 않게 가정경제를 운영해 온 유능한 주부였다 해도, 그의 역할을 돈으로 환산하면 일용근로자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 기준은 비단 교통사고 보상금뿐 아니라 보험·재산취득등에서도 문제가 된다. 금융실명제 실시 초기에는 전업주부 명의의 예금을 어느 한도에서 인정할것인가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무제2장관실은 지난 8일 가사노동 가치의 제도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취업여성의 평균임금, 취업여성의 연령별 학력별 평균임금, 남편소득의 50%수준중 가장 유리한 금액을 선택하여 주부의 소득으로 평가하는 「종합평가제」가 제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미국과 유럽은 주부의 역할을 제3자에게 맡겼을 경우의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가사노동의 가치를 산정하고, 일본은 여성취업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주부는 「무직」으로 분류되고, 가사노동은 국민총생산 산출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그러나 주부 1천2백만명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전업주부 10시간, 취업주부 5.6시간)을 평균임금으로 환산하면 연간 68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총생산에 대한 기여도는 23%에 이르고 있다.

 전업주부는 무직자가 아니다. 각 가정에서 주부의 역할은 누구도 대신하기 힘든 고유업무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는 제도화를 서두르는것은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업이기도 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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