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공원 복판의 운동장에서는 「UR비준저지 국민대회」가 열려 구호와 연설이 가득했고 주변 언덕과 연못가에는 상춘객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언덕을 채색한 개나리와 벚꽃은 봄을 알리고 있었지만 운동장의 확성기는 「겨울」을 연상시키는 차가운 단어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기택민주당대표등 연사들이 『봄은 왔지만 농촌에는 UR의 삭풍이 불고있다』며 매섭게 정부를 비판했다. 대회장 주변에 걸린 현수막들도 「무능한 정부, 부도덕한 대통령은 농촌파탄 책임져라」등의 강한 문구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수막아래 잔디에 앉아있는 시민들은 좀처럼 운동장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운동장의 외곽선을 경계로 바깥쪽은 완연한 봄이고 안쪽은 한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보라매공원의 대비되는 광경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부여당은 아마도 『구태의연한 정치공세나 장외선동에 국민들이 식상한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싶을 것이다. 과거 재야나 야당의 장외집회에서 볼 수 있었던 열기나 시민참여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운동장 안팎을 넘나들다보면 「여론은 야당이나 재야의 정치공세를 싫어한다」는 논리가 얼마나 단순한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운동장 밖에 있는 시민들도 대회장에서 연사들이 토해내는 농촌현실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도 『협상 좀 잘하지』 『농촌이 걱정된다』는 비판적 내용이었다.
운동장 밖에서 대회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장외집회라는 형식에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대회가 지향하는 내용에는 긍정적이다』는 정서를 나타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정치권이 거리에서 투쟁하는 대신 UR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UR문제를 다루려면, 논의의 장인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회장 안팎의 대비된 장면을 직시한다면 여야 정치권은 정략적 공세와 방어 대신 합의로 새 해법을 찾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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