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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 이경옥·최희숙씨 부부(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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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 이경옥·최희숙씨 부부(가족이야기)

입력
199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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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기 좋아해 함께 핸들 잡아요”/외국어배워 관광안내도 “척척” 『아빠 엄마, 오늘은 일 나가지 말고 집에서 같이 놀자』 

 개인택시운전사 이경옥씨(45)와 그의 아내인 모범택시운전사 최희숙씨(39)는 아들 승호군(6)이 유치원에 가지 않는 휴일 아침이 괴롭다. 함께 놀자며 떼쓰는 아들을 애보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각자 차를 몰아 13평짜리 보금자리를 빠져나오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날 밤에는 여지없이『이제 살만하니 그만둬라』『나는 일 안하고는 못산다』며 부부싸움을 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던가 싶게 자신들의 직장인 거리로 다시 차를 몰고 나간다. 

 『양복입고 점잖케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바깥으로 자유롭게 나돌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개인택시를 시작했던 11년전을 돌이켜보면 거리를 누비며 일하고 싶어하는 아내도 이해가 갑니다』

 아내 최씨에게 남편의 「역마살」이 전염된 것은 아들의 백일이 1개월남짓 지난 89년초. 당시 이씨는 밤늦게까지 일한뒤 아침에는 늦잠을 자곤 했는데 어쩌다 조금 일찍 일어나 보면 항상 차와 아내가 없었다. 알고보니 최씨가 아침마다 차를 몰고 나가 영업을 했던 것이다. 이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화를 버럭 냈다. 그러나『당신이 너무 피곤해 하는 것같아 도와주고 싶었다』며 매달리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일을 하도록 허락해 주었고 얼마 뒤에는 개인택시까지 사주었다.

 이후 최씨는 언제나 남편보다 돈을 잘 벌었다. 잠이 와도 참고 몸이 아파도 쉬지 않는 악착스러움 때문이었다. 개인택시운전사로는 드물게 명함을 만들어 단골손님을 모으는 작전도 주효했다.

 지난해 모범택시를 시작한 이후엔 일본어를 배워 외국손님들에게 관광·쇼핑안내를 해줬다. 요즘엔 서울에만 오면 전화를 걸어 최씨의 택시를 찾는 외국인 고객이 20여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는 서울을 떠날 때나 다시 들어올 때 최씨와 선물을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 많다.

 이 부부의 비상연락망은 아내 최씨의 핸드폰과 남편 이씨의 무선호출기이다. 집에서 얼굴 맞댈 기회가 거의 없는 이들은 집안일에 대한 의논에서부터 부부간의 은밀한 정담까지 이 통신수단을 이용해 주고받고 있다. 

 『집에서는 볼 시간이 적은 대신 거리에서 운전하는 도중에는 이상하리만큼 남편과 자주 마주친다』는 최씨는 『새벽2시에 들어오는 아내를 이해해 주고 쉬는 날이면 세탁과 청소를 도맡아 해주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을것』이라고 마냥 자랑을 늘어놓았다.【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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