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한 부부가 어린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출부를 두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에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70만원을 주기로 했다. 파출부로 나온 분이 나이도 지긋한데다 점잖고 교양도 있어 한시름 놓았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끔찍이 사랑해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서로 허물이 없을 정도로 낯이 익었을 때 파출부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부부는 깜짝 놀랐다. 파출부 아주머니의 남편은 모경제부처의 서기관이었다. 그것도 행정고시를 합격한 엘리트였다. ◆그 부부는 그러한 남편이 있는데 왜 파출부를 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고3인 아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70만원을 받아도 과외를 두과목밖에 시키지 못한다고 오히려 한탄했다.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개의하지 않고 벌어서 자식을 가르치려는 파출부 아주머니의 건전한 생활태도는 우리를 흐뭇하게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과외가 얼마나 무겁게 우리가정을 억누르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파출부 아주머니는 자기처럼 파출부를 해 아이들의 과외비를 버는 고급공무원 부인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사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이 수도권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39.7%가 과외를 하고 월평균 과외비는 46만원이라고 한다. 13.2%는 1백만원이상의 고액과외를 한다. 고액과외와 성적은 함수관계가 있다고 하니 부모입장에서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문에 살림을 꾸려나갈 수 없다고 한숨 짓는 주부들이 많다. 부업이라도 해야겠다는 푸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과외망국론이 다시 머리를 쳐들 날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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