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핵과 미 언론/이상석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핵과 미 언론/이상석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4.09 00:00
0 0

 우리나라에서 상문고 내신조작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에서는 대입학력고사인 학력평가시험(SAT)이 실시됐다. 그런데 이 시험의 와중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즉 SAT의 시험문제가 일부 수험생들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히스패닉을 비롯한 비주류 출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히스패닉계 수험생들은 사물간의 관계를 유추하는 문제를 푸는데 다른 수험생들보다 뒤진다. 일례로 히스패닉 수험생들은 「딸기=붉은색」과 비슷한 관계를 찾으라는 문제에 대한 정답으로 「레몬=노란색」을 맞히는 비율이 다른 인종집단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는 히스패닉 수험생들의 출신지에서는 초록색 레몬이 흔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언론이 북한핵 사찰문제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를 다루는 태도를 보면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간의 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들은 좁게는 북한, 넓게는 한반도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심하다. 대체로 「북한=깡패국가=제거대상」이라는 등식을 바꿀줄 모른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접근방식에 주저하는 한국정부의 태도에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말을 바꾸면 그들에게 레몬은 반드시 노란색이어야 하고 고양이는 반드시 「미야우, 미야우」하고 울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도 미국사정에 깜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미국이 그들을 「압살」하려 한다는 정형화된 인식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이들은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북핵문제는 분명히 외교안보적인 이슈이지 문화적 또는 언론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분쟁을 조장하는데 언론이 기여해온, 또는 앞장서온 역사를 돌이켜 볼때 문화적으로 상이한 두 집단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진 언론의 역할은 어느쪽을 막론하고 너무나 막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