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을 거듭해온 대북정책·북핵정책을 효과적으로 논의·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발족시킨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않다. 그동안 고위 관계자들의 중구난방식 실언 실태로 크게 실망했던 국민들로서는 새 기구의 발족이 정부가 북핵정책에 있어 충분한 사전논의와 조률후 한목소리를 내어 심기일전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일단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기구의 성패는 앞으로 이 회의에서 정부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생산적이며 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대응방안을 제시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할것이다. 사실 지난 1년여동안 국민들은 새정부의 일관성없는 대북정책으로 당혹감과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정부는 출범하면서 「민족우선」 「민족 복리」를 내세웠다가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선언으로 벽에 부딪치자 대북정책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여일간 정부가 보인 혼선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황병태주중대사의 「대미의존탈피―중국과 협의」발언과 취소소동, 한승주외무장관의 유엔안보리의장성명지지에서 안보리결의안지지로의 태도표변, 홍순영외무차관의 선남북특사교환을 미국·북한3단계회담과 병행실천논의한다는 발언 소동등 잇단 실언과 갈팡질팡의 태도는 나라안팎으로 정부의 신뢰와 국위를 크게 실추시켰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런 실언들은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엄청난 위협발언직후 김영삼대통령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기 위한 중국과 일본방문의 성과를 일부 흐리게 했던것이다. 또 이런 일들로 미정부일각에서 한국정부의 북핵정책이 「이랬다 저랬다한다」고 꼬집고 외국의 언론들이 「도대체 한국의 기본입장이 무엇인가」하는 지적에는 할말을 잃게 된다.
이제 우리는 이같은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에서 가동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의 역할을 주목하고자 한다. 물론 문제는 있다. 현재 헌법상의 국가안보회의를 비롯,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장관회의, 국무총리의 고위전략회의, 통일부총리의 통일관계장관회의외에 같은 인사들이 참석하는 또 하나의 기구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통일부총리주재로 매주 열리는 이 회의는 각 부처가 낸 북한의 전반적인 동향분석에서부터 핵 및 통일정책을 논의함으로써 책임성을 높이는 한편 청와대비서실장이 정멤버로 참석함으로써 대통령이 대북 및 핵정책전반을 관장·총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것이다.
앞으로 이 회의는 대북핵문제에 대한 충분한 사전논의·조정끝에 일관성있는 대응전략을 밝힘으로써 두번다시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와함께 정부는 그동안의 혼선으로 의문과 궁금증을 갖고 있는 국내외의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 확고한 대북·핵대응정책을 정리, 천명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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