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주 거점 상권… 신용조합·실업인협도 결성 캐나다에서도 한국교민들은 미국에서 처럼 「제2의 유대인」으로 불린다. 근면성과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이 비슷하고 유대인들의 성공 발판이었던 식품점등 소규모점포를 대부분 인수해 캐나다 소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민이 시작된 70년대초만해도 1인당 3백달러 이상의 이민자금이 허용되지 않아 사실상 빈 손으로 캐나다에 온 우리교민들은 언어·인종장벽을 극복하고 20여년만에 소상권의 주류를 형성, 캐나다사회에 「부지런한 민족」이란 인상을 심었다.
현재 캐나다교민들은 약 8만∼9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만여명이 캐나다경제의 중심지인 온타리오주에 주로 정착해 있다. 교민들은 이민 이후 주로 유대인들이 운영하던 컨비니언스 스토어, 버라이어티 숍등 소점포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소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유대인들의 2세가 변호사 회계사 의사등 전문직으로 진출하면서 캐나다소상권의 주류가 한국교민들에게 넘어온 것이다. 현재 한국교포들은 온타리오주의 대형슈퍼마켓을 포함한 전체 점포의 18%, 개인이 경영하는 점포의 31%를 차지해「한인=소점포사업」으로 통하고 있다.
캐나다경제의 중심지인 토론토의 교민들은 이민초창기 신용이 쌓이지 않아 금융기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지난 78년에 한인신용조합을 결성, 회원 5천명 자산 2천만달러규모로 키우는 한편, 73년 한인실업인협회를 발족해 제품을 공동구매하고 다른 도매상들의 독점행위에 맞섬으로써 교민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단체는 한인경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순항을 거듭하던 캐나다교포들은 90년대들어 많은 시련을 맞고 있다. 우선 85년께 캐나다에 불어온 부동산경기에 편승, 부동산투자에 대거 참여했으나 89년이후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재산상 피해가 잇달았다. 이때문에 한인교포들은 당분간 유대인들처럼 소점포를 발판으로 캐나다의 상류층에 진입하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온타리오 한인실업인협회 회원중 80%가 아직도 소점포경영에 머무르고 있을 뿐 제조업등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교포들은 또 캐나다의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가입으로 미국의 월마트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캐나다에 상륙, 상권보호에도 고심하고 있다. 저가생필품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미국 대형유통업체는 그동안 생필품 공급기능을 맡아온 한인 교포들의 소점포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베트남계 이민자들이 소점포에 뛰어들어 판매가격을 낮추는등 저가공세까지 펴고 있다.
김장환 토론토한인신용조합 전무는 『최근 캐나다교민들은 이민시작 이래 가장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한인들은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가며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전무는 『불경기로 파산선고를 한 교포가 신용협동조합의 빚만큼은 친척에게 빌려서라도 갚는 사례까지 있었다』며 『이는 비록 자신은 파산해도 조합원들이 하루 15시간씩 가게에 서서 힘들게 돈을 모은다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그들에게는 손실을 주지않으려는 동포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석 온타리오 한인실업인협회회장은 『교포상인들이 세운 협회산하 도매센터를 통해 상품일괄구매를 늘려 취급상품을 다양화하고 구매가격을 더욱 낮추는등 지혜를 모으고 있다』며 『빈 손으로 시작했던 우리 교포들은 반드시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토론토=유승호기자】
◎캐나다 이민 32년사/62년시작,취업·투자교포 9만명/가선 정부차원 외국인 정착 지원
한국교포들은 최근 캐나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기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완벽한 사회보장제도와 미국보다 크게 낮은 범죄율등은 한국의 이민을 유인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중 의료보험의 경우 질병의 종류와 입원을 포함한 치료기간과는 관계없이 무료이다. 이때문에 국경지대의 미국인들이 캐나다 의료보험카드를 위조해 무료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재정적자가 증가하자 캐나다정부는 앞으로 보험카드에 가입자의 지문을 인쇄, 본인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민자의 경우 영주권을 발급받는 순간 캐나다정부가 언어와 문화교육등 정착을 위한 모든 지원을 해주고 있어 이민자들이 다른 어느나라보다 쉽게 정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애가라 폭포 부근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교포 김모씨는 『사회보장제도가 워낙 완벽해 캐나다에서는 굶어 죽을 자유도 없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62년 2명으로 시작된 캐나다 이민이 72년 처음으로 1천명을 넘어서면서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꾸준히 증가, 9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다는 말이 나돌면서 이민자가 계속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캐나다 이민사는 전과는 크게 다른 변화를 맞게 된다. 이전에는 캐나다에 일자리를 구하러 오는 취업이주가 압도적이었으나 90년에 처음으로 사업이주를 포함한 투자이민이 취업이주를 앞질렀다. 지난해에는 취업이주가 1백66세대 5백46명이었던데 반해 사업이주는 4백81세대 1천9백36명에 달해 각각 3배 이상 많았다. 투자이민이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캐나다 정부가 90년 국내고용창출을 위해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할 목적으로 이민법등 관련법규를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개정법규에 의하면 사업이주중 기업이주는 사업경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한국내에 2억원이상의 재산이 있음을 증명해야 이민이 가능하다. 기업이주의 또 다른 형태인 순수한 투자이주는 25만∼30만달러를 캐나다정부에 5년간 위탁해야한다.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민문호가 넓어진 대신 돈 없이 현지에서 취직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전보다 캐나다 이민길이 좁아진 것이다.【오타와=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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