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개있다면 포기유도 불가능”/추가생산 저지전념 시사… 논란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은 최근 구소련 국가들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클린턴 행정부가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등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떠벌렸다.
그러나 얘기가 북한에 미치면 국방장관은 말투가 좀 모호해진다. 그는『우리의 정책방향은 줄곧 북한이 중요한 핵무기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이 「중요하지 않은」핵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허용할 태세가 돼 있다는 뜻인가? 국방장관은 평양이 이미 1개 또는 2개의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미정보보고들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들이 그 이상(의 핵무기)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리의 이러한 진술은 지난해 11월 클린턴대통령이 『북한이 단 하나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천명한 것과는 아구가 맞지 않는다. 그러한 결연한 입장이 핵 노하우의 누출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었음이 분명하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을 검토한 뒤 미행정부는 두 나라가 핵보유국 클럽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음은 거의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워싱턴은 이들로부터 핵 지위를 박탈하려고 하기보다는 신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워싱턴의 누구도 나서서 이러한 정책변화를 밝히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대강은 최근 몇주 사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의 경우는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고 그 수는 미국이 현재 추산하고 있는 10∼15개로 제한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 대가로 워싱턴은 이슬라마바드측이 대금을 지불하고도 핵무기 개발의혹 때문에 인수하지 못한 미제 F16 전투기 38대를 파키스탄에 인도할 것이다.
미행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핵무기를)더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만한 철저한 국제사찰을 받아들이는 대신 핵무기 한두개는 묵인할 용의가 있다. 이에 대해 국무부의 한 관리는『그다지 의식적인 결정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하나 또는 두개를 갖고 있다면 그들에게 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전국의 하수관과 동굴등 어디도 은닉처가 될 수 있다. 반면에 더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클린턴의 최근 입장은 공화당이나 군축론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세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부시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은 예측한다. 그는 북한이 단 하나의 핵무기라도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소수의 핵무기는 근본적으로 군사용 무기는 아니다. 그러나 위협용 테러 무기다』라며『따라서 중요하지 않은 수(의 핵무기)와 중요한 수의 차이는 문제가 안된다』고 말한다. 헤럴드 브라운 전국방장관은 『북한이 보유한 소수의 핵무기는 일본, 한국, 대만 등의 핵개발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정리=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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