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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신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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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신문(사설)

입력
199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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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제38회 신문의 날이다. 1년중 꼭 하루 신문종사원 끼리만 평일인데도 일손을 놓기에 독자들에게는 신문이 없어 불편한 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막중한 신문의 사명을 새삼 겸허히 점검하고 호되게 자책도 해보는 이날의 의미는 해가 갈수록 새로운 것이다. 올해는 때마침 근대언론의 효시인 「독립신문」을 창간해 신문의 날의 기원을 만든 서재필선생의 유해마저 서거43년만에 고국으로 봉환되어 신문의 날의 감회를 깊게 한다.

 올 신문의 날 표어는 「정직하게 만든 신문, 밝은 미래 약속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삼년간의 표어들이 어두운 시대상을 반영하듯 「용기」와 「자정」과 「공정」에 얽매여왔던데 비해 한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서 가슴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해마다 이날이면 절실히 느껴지는 것은 세상이 밝아지고 맑아지며 다원화될수록 신문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는 점이다. 지난 시절의 억압 앞에서는 용기있게 저항만 하면 갈채를 받을 수 있었지만, 문민시대 2년을 맞는 지금 신문 스스로의 할바나 독자들의 요구가 이미 그런 수준을 넘고 있음을 자각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표어인 「정직한 신문, 밝은 미래」의 의미도 과거와 달라 이제는 포괄적이고 다원적이어야 함을 은연중 아로새기게 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단순전달만 하다보면 좁은 의미에서는 정직한 신문이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정직만으로는 큰 흐름이나 목표를 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걱정에 생각이 미치는 오늘이다.

 모든 문제나 사태의 핵심은 비껴간채 여론의 이름만으로 충동적인 국면전환에 매달리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병폐나 위험에 오늘의 신문이 말려들어 불지불식간에 일조를 하게 됨을 충분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 1년간 우리사회에는 온갖 변혁과 청산의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었고, 새 시대를 특징짓는 그런 「깜짝」사태에 언론의 역할이란 뒤쫓기에 국한된 감이 없지 않았었다. 충격적인 한가지 사태를 추종하다 딴 사태가 터지면 지난것은 잊은채 새 일에만 또 매달리는 그런 악순환이 없었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을지, 일말의 자책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다원화된 전문기술사회에서 「언론의 정직」이란것도 당연히 우리 사회의식이나 목표에 걸맞는 수준의 것이어야 함도 분명하다. 밝은 미래와 발전을 위해 독자가 꼭 알아야 할 사항을 빠짐없이 챙겨주는 고차원의 정직과 전문성이 그래서 더욱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독자들의 기대와 질책속에 우리 신문은 올한해를 또 쉴새없이 달려갈 것이다. 신문을 믿고 사랑하기에 꾸짖기도 하는 독자들의 성원이야말로 언론의 든든한 배경이었음을 우리는 언제나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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