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의 청와대 영수회담이후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던 여야관계는 아직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개선은 커녕 점점 타협의 여지가 줄어드는 대치정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위 문민정권 출범이후 처음보는 대결국면이다. 이러한 정국구도는 6일 이기택민주당대표의 기자회견으로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 하나 적절하게 지적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 조계종폭력사태, 김대중씨 자택정치사찰 의혹, 외교안보정책의 혼선, 우루과이라운드관련 문제등은 비록 야당대표 뿐아니라 여당의원들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것들이다.
그래서 여당은 「야당이 늘 하는 소리」라고 해서 그냥 흘려버릴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는것이 중요할것같다. 대변인 성명 몇마디로 간단히 반박하고 넘어가는 상투적인 대응으로 끝내지 말라는것이다. 야당의 요구와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해볼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여당이 그렇게 함으로써 경색된 여야관계를 부드럽게 변화시킬 수 있다. 또 현안문제 자체를 푸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이대표가 이날 제시한 여러가지 의견중에는 사실 귀를 기울일만한 것들이 꽤 있다.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난 외교의 란맥상을 볼때 「원칙없는 외교의 전면 재검토」와 「외교팀의 전면 개편」은 일리가 있다. 그리고 사전선거운동 관련자들의 해임, 조계사사태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설의 철저규명, 이런 요구 역시 문민정권의 선거혁명의지와 도덕성확보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누가 보아도 수긍할만한 주장을 야당이 내세웠다고 해서 외면하고 묵살하는것은 과거 권위주의시대 여당의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그런 방식은 야당의 강경투쟁을 불러오고 만다는것을 우리는 지난 과거에서 배웠다.
야당에도 할 말이 있다. 민주당은 우루과이라운드등과 관련하여 옥외에서 벌이는 군중집회에 참석한다는데 이런 장외투쟁은 제발 자제해주었으면 한다. 당당한 원내세력을 가진 정당이 무엇때문에 국회에서 싸우지 않고 장외로 나간단 말인가.
옥외군중집회에 현역 의원들까지 합세할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헤아려야 한다. 그런 투쟁방식을 택하는 야당을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도 한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보다는 국회를 열어 장내에서 이성적이고 이론적인 투쟁을 벌이는 편이 효과적이고 국민보기에도 훨씬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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