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계종 거듭나야한다/월운스님(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계종 거듭나야한다/월운스님(특별기고)

입력
1994.04.07 00:00
0 0

◎“참는 미덕으로 화합보여주자” 성철큰스님의 고매하신 발자취가 알려지면서 사회가 우리를 보는 눈이 상당히 친근해졌다고 느껴지던 작금, 우리는 다시 너무나 큰 시련에 빠져들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서의현스님의 세번째 원장직 연임강행과 이를 저지하려는 개혁세력이 맞부딪쳐 끝내는 큰 충돌사고로 나타났고, 그로 인한 충격의 파장도 예측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다고 판단을 하려는것은 아니다.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왜 심심치 않게 이런 꼴을 보여야만 하는가, 그 대책은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쌍방의 주장이 각기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 일리라는 것이 상대방과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경우에 따라서는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할 터인데 우리는 그러한 과정이 늘 부족했었다. 

 아무리 내 주장이 옳다해도 그것을 펼 시기가 안 되었으면 다시 기다려야 할 터인데 이러한 지혜와 슬기도 역시 부족했다. 

 소수의 아집은 결국 교단전체의 위상을 형편없이 망가뜨리곤 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런 못난 짓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생명을 부처님같이 존중하라는 불타의 정신을 망각하고 폭력을 동원하여 자기의 명리를 추구하는것은 출가자의 본분이 아니다. 

 공권력의 개입도, 언론의 호된 매질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모두 우리가 못나서 자초한 일이 아닌가. 이제 우리가 안으로 탁마하면서 바르게 걸어간다면 누가 우리의 길에 끼여들겠는가. 오히려 우리들의 못난짓 때문에 그들은 도리어 실망이 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1천6백년 묵은 전통종교인 우리교단의 되어가는 꼴이 하도 안타까워서 일부러 자극을 주는 경우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못난 짓은 지난날 교단을 바로 잡겠다고 일어섰던 정화주체인 고인들께 구설을 끼치는 죄를 짓는 것이다. 교단의 안정을 기대하는 많은 국민에게는 도리어 원망으로 갚음하는 셈이니 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속담에 「셈찬 아재비가 참는다」는 말이 있다. 또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법문 귀절도 있다. 이런 원초적인 말씀들이 종단의 중심부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어느 쪽이든 참는 쪽이 승리자다. 승리를 위해 종단을 망가뜨린다면 그 승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참음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리없이 적법한 당사자들에 의해 신속히 그리고 적절하게 가려져야 하고 시비당사자는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다행히 종단의 복장격인 원로회에서 적극개입하였다 하니, 쌍방 모두 그 처분을 존중히 여기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승자도 패자도 없이 하루 속히 정상을 회복하여 화합된 모습으로 수도와 정진에 힘써야 한다. 이것만이 국가와 사회의 심려에 대하여 참회하는 길이며, 언론이나 정권의 부당한 개입도 차단하는 길이며, 깡패들을 절도량에서 물리치고 자정할 수 있는 길이다. 

 이미 저질러진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태어난다면 이는 분명 전화위복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봉선사주지·동국대 역경원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