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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계종 탄생」의 험로 시작/서 원장 퇴진이후 종단개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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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계종 탄생」의 험로 시작/서 원장 퇴진이후 종단개혁의 길

입력
199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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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종단」 절차거쳐야 화합에 도움/또다른 독선땐 「실패전철」밟을수도 조계종은 10일 전국승려대회를 기점으로 개혁의 국면에 접어든다.

 6일 조계사주지 현근스님이 『서의현원장이 7일중으로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서원장의 퇴진은 이제 시간 문제인 셈이다. 서원장의 퇴진은 개혁으로 가는 먼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지만 조계종의 개혁이 긍정적인 열매를 맺기까지에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것이 종단 내부의 일치된 시각이다.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공동대표 청화스님등 3인)는 개혁 작업의 전단계로 승려대회 준비를 위한 봉헌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범종추는 6일 『봉헌위원회에는 서암종정을 비롯한 원로회의 의원, 서옹전종정등 종단의 원로와 중진스님, 범종추대표, 지난달 30일의 중앙종회의 무효를 선언한 종회의원등 개혁세력이 망라돼 구성될 것』이라고 말해 개혁추진세력 구성에 종단의 역량이 결집될 것임을 시사했다.

 개혁추진세력이 개혁의 수레를 어떤 내용으로 채워서 끌고 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범종추가 이날 『총무원의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사찰재산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종헌·종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내용으로 미뤄 개혁작업은 종단권력구조의 개선과 종단의 자정 및 자율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 사부대중의 여론을 올바르게 개혁작업에 반영해야하며 종단의 정신적 지주인 원로가 앞장서서 개혁의 수레를 끌고 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과거에 총무원 원장이나 종회 의장을 지낸 지도자와 각 선방대표, 강원대표등의 의견이 결집되어야 개혁이 잡음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그동안 「정치승려」로 지탄받아온 이에게는 참회의 길을 열어주어 개혁의 대열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야하며, 개혁추진세력은 종회와 협의를 통해 승려대회에서 결집된 개혁백서에 대한 법률적 뒷받침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여론이다.

 불교계는 이번 기회에 종단의 자정 능력과 자주성 회복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주성 상실의 상징으로 종단 안팎의 비난을 받아온 것이 호국불교를 앞세운 불교의 어용화이다. 전통적으로 호국불교가 일부 종단 지도자의 종권유지 도구로 악용되어 「정교유착」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승려대회는 개혁의 주춧돌을 놓는 계기가 될 것이지만 승려대회가 초법적인 기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종헌·종법을 무시한 운영이 늘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그나마 지금까지 종헌·종법의 테두리에서 종단이 운영돼왔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개혁을 지지하는 한 종회의원은 『승려대회의 결의가 제대로 종단 개혁에 반영되고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종단의 최고 의결기관인 종회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종회를 소집하여 원로회의와 승려대회의 결의사항을 승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 이다.

 월주스님을 포함한 다수의 종회의원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회로 하여금 승려대회를 통해 출범하게 될 비상기구를 승인하도록 한 뒤 종회 스스로 비상기구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종회 해산의 수순을 밟아야 종단내의 고질적인 병폐인 「송사」의 소용돌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62년 통합종단 출범이후 지금까지 종권분규 때마다 새로 출범한 총무원집행부는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다. 그만큼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반증해 준다.

 특히 83년 30대 소장승려가 주축이 된 비상종단은 황진경체제를 무너뜨리고 서운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내세워 개혁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원로의 의견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데다 개혁주도 세력의 독선적인 종단 운영이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개혁작업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한다. 범종추를 축으로 한 개혁세력 뿐만 아니라 종단의 모든 구성원의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 제도화할 수 있도록 지헤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 불자들의 바람이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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