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정직성 제38회 신문주간의 표어는 「정직하게 만든 신문 밝은 미래 약속한다」이다.
언론의 정직성은 언론인의 양식의 근원이며 보도의 공정성과 진실성은 물론 경영의 합리성에도 기초가 된다. 언론의 정직은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근본이고 지름길이다. 민심과 호흡하여 천심을 얻으려면 신문의 정직성과 신문인의 양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마음에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신문은 독자와 호흡을 같이 하며 신뢰를 얻을 수 없어 도태하고 말것이다. 독자에 뿌리내리고 호응을 얻지 못하는 신문은 생명력을 잃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정보의 풍요 속에 독자의 방황은 오늘의 독자들이 직면한 난제요 신문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신문이 세파 속에 동참하면서 진실을 캐내야 하지만 정직한 기준으로 기사를 선별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자를 정보의 풍요 속에서 방황하게 만들고 말것이다. 정보의 풍요를 독자가 편의대로 선용할 수 있게 하고 이 사회의 복지향상에 밑거름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직을 신문제작의 모토로 삼아야 한다. 오늘의 시대상황을 볼 때 모든 메시지를 선별하는 절대적 기준인 정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정직한 신문은 오염된 개개인의 의식을 정제시킬 수 있음은 물론 사회비리를 들추어 보이는 거울이며 비뚤어진 사회구조를 바로 세우고 타락한 문명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다. 자율경쟁시대에 신문의 사명은 언론의 자유에 비례하는 사회적 책임을 준행하는데 있다. 신문인의 직업윤리를 바로잡아 외부압력에 개의치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고 공익을 위해 투명한 경영노선을 따른다면 신문의 정직은 쉽게 지켜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산업으로서의 신문이 우리 사회문화의 토양에 걸맞게 자리잡아야 하고 권력과 금력과 대면하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신문이 오로지 정직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 논리요 이상적 발상이라고 논박할 요인이 산재한다. 현실을 직시해 보면 사실 그렇다. 우리 신문의 현주소는 정직한 신문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으로 신문기자의 촌지, 사이비기자의 횡포, 언론인의 배금주의, 엘리트의식, 과점형태의 경영의 비공개성, 발행부수의 애매성, 오보와 개인법익 침해등이 독자의 거센 항의를 받기에 충분한 행태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각계 각층의 집단이기주의로 가해지는 압력, 지식층의 현학적 과시로 채워지거나 아니면 절실한 현실쟁점이 풍자의 대상으로만 비하되는등 지면의 통속화현상이 일부 신문매체를 독버섯처럼 괴롭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국내외 신문사간의 경영 기술혁신 경쟁도 치열한 형편이다. 그러나 첨단기술이 도입되고 미래를 향한 경영혁신이 이루어진다고 정직한 신문으로 변신하는 동기가 부여되는것은 아니다. 사옥을 짓고 초고속 윤전기, 양질의 오프셋인쇄기를 들여놓고 편집체계를 컴퓨터화하고 위성중계 인쇄시설을 설치하는등 현대저널리즘의 위풍에 걸맞는 정보기술을 도입한다고 신문의 정직성에 보탬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언론인이 권력을 지향하고 금력이 있는 곳에 관심이 머무르고 국가의 장래에 위해한 개인적 안목에서 현실을 전달한다면 신문의 정직성은 신문인의 의식 속에 생성할 여지가 없어진다.
결국 신문이 그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내려면 정직한 신문으로 돌아와 제 자리를 잡는 수밖에 없다. 정직한 언론인이 피해를 입고 정직한 경영으로 문을 닫는 신문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럴수록 신문이 진실을 공정하게 보도하려면 전문인으로서 철저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신문기사 한 줄의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른 직종보다 더 깊은 전문성과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 정직한 메시지만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주위환경 가운데 신문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신문인들이 정직하지 않고는 정직한 메시지가 만들어져 일반 독자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독자에 대한 메시지는 최근의 소재를 간결명료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객관적으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이 원칙도 정직한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의지가 없다면 독자의 마음에 감동이 있을 수 없다.
신문의 정직성은 개인적 노력에 의존하지만 언론환경을 개선하는 데서도 찾아야 한다.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자율적으로 전문직을 수행할 편집권을 존중하고 판매윤리 확립, 구독률 현시화, 기자교육과 전문화, 소유형태의 다양화, 신문사별 사내윤리강령이나 옴부즈만제도 도입등 스스로 윤리적 수준과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신문사도 기업이므로 이윤을 최대한 추구할 수 있지만 독자의 정보욕구와 문화의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지면을 구성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영전략이 오히려 최선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신문의 체질이나 사회적 위상에 얼핏 보기에 걸맞아 보이지 않는 「정직한 신문」이라는 표어가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지는 오늘의 언론문화를 깊이 반성하고 되돌아 볼 시점이다. 고장강재한국일보회장의 「정직한 신문」과 「정확한 신문」에 대한 유훈은 한국일보의 교훈이 아니라 언론기관 모두에게 부과된 숙제로 남게 되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