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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소설 “봄 맞았다”/5년만에 인기도서 속속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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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소설 “봄 맞았다”/5년만에 인기도서 속속 진입

입력
199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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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화두」 발행 17일만에 12만부팔려/「한 말씀만… 」 「깊은 슬픔」 베스트셀러 올라/「무소의 뿔… 」 4개월이상 10위권내 고수 근 5년만에 몇편의 본격소설들이 인기도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최근 출판된 최인훈씨의 「화두」(전2권·민음사간), 박완서씨의 「한 말씀만 하소서」(솔간), 신경숙씨의 「깊은 슬픔」(문학동네간)등은 발행된지 10여일만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한 동안의 산문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광장」의 작가가 20년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된 「화두」는 발행 17일만에 12만부가 판매됐다. 지난주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에 종합부문 3위, 소설부문 2위에 올랐고, 부산 영광도서 집계에서도 소설부문 3위에 오를 정도로 서울과 지방에서 모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말씀만 하소서」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담은 일기가 화제가 되면서 14일만에 3만여부가 팔렸고,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룬 「깊은 슬픔」은 11일만에 5만여부가 나갔다.

 연말에 발행된 림철우씨의 「등대 아래서 휘파람」(한양출판간)도 작가가 『이전에 낸 책 5권의 인세보다 이 책으로 받은 것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좋은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완결을 향해 달리고 있는 박경리씨의 「토지」(솔간)외 재출간한 「김약국의 딸들」(나남간)이 많은 독자를 모았다. 공지영씨의 페미니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4개월 이상 베스트셀러 10위안에 머물러 있다.

 출판인들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걸쳐 상업주의 문학의 등장과 순수문학의 퇴조로 「문학의 위기」까지 거론됐지만, 이제 위축됐던 본격문학이 완전히 봄을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널리 읽히기 시작한 소설들은 모두 「읽는 재미」라는 문학 고유의 기능을 복원시킨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문학 본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의 갈등, 세계관에 대한 성찰 등을 탐구하면서도 지적인 즐거움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중진작가가 원숙한 문체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만큼 위안을 주는 것도 드물고, 신예작가는 신선한 세계관과 문장으로 또한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영준씨(민음사 주간)는 『80년대 문학은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종속된 감이 있었고, 90년대 초에는 대중문학인 역사인물소설이 판을 쳤다. 그동안 많은 독자는 본격문학을 갈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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