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문명을 등에 업은 매스컴의 발달은 스포츠의 정치화, 사회화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덕분에 클린턴미대통령내외는 지난5일(한국시간) 스포츠행사 때문에 꽤나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박찬호선수의 LA다저스팀 입단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진 메이저리그 개막전행사등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즈팀의 자콥스구장개장테이프를 끊은 후 시애틀 마리너스와의 첫 대전에 시구를 했다. 방탄용으로 특수제작한 인디언즈의 모자와 유니폼을 입은 클린턴 「투수」가 샌디 앨로머포수에게 높은 볼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4만2천여관중은 열광했다.
시구행사를 마친 클린턴대통령은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샬럿으로 날아가 미대학농구결승전을 관전했다. 그는 자신이 열렬히 응원한 고향팀 아칸소대학이 전통적 농구명문 듀크대를 물리치고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현장에서 맛보았다. 게임후 클린턴은 『나의 아칸소대응원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감표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비록 재당선의 희망이 날아갔다 하더라도 오늘의 기쁨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 뿌리에 대한 강한 애착을 표시했다.
한편 같은 날 퍼스트 레이디인 힐러리여사 역시 자신이 열성팬인 시카고 컵스팀의 하늘색 모자와 셔츠를 입고 3루측 하단에서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운동장 안으로 공을 던지는 시구행사를 가졌다. 힐러리여사가 운동장에 도착했을때 관중석은 화이트워터 스캔들에 휘말린 그녀를 야유하는 함성과 환영의 함성으로 뒤범벅된 가운데 『힐러리, 당신에겐 묵비권이 있다』는 깃발을 단 소형비행기가 경기장을 선회하고 있었다. 이같은 소란은 7회전에 앞선 휴식시간에야 잠잠해졌다.
태평양 건너 미프로야구 개막행사를 보면서 매스 미디어시대에는 경기장이야말로 현대판 「포럼(FORUM)」임을 절감했다. 대통령과 시민이 함께 팬이 된 자리에 환영과 야유가 공존하면서 서로 자신의 팀을 응원하고, 심판의 룰 적용과 승패의 결과에 복종하는 것이 스포츠를 통한 민주주의의 구현일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나 팀에게 축전을 보내고 격려전화를 거는 직무상의 대통령도 중요하지만 연고팀을 응원하고 즐거워하는 인간적인 대통령의 모습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문민시대에 대한 기대과잉심리일까.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스포츠로 나타난 프로야구의 개막전이 이틀후인 9일 열린다.<체육부장>체육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