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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장명수칼럼: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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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장명수칼럼: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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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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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세로 사망한 의사 한주환씨(고대 구로병원 산부인과)의 장기들이 6명의 환자에게 이식되어 새 삶을 찾게 했다는 기사(한국일보 1일자 31면)를 읽은후 사랑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는 죽음으로 갈라설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정리할것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 젊은 의사는 3월 26일 레지던트 진급 축하모임에서 과음한후 구토하다가 기도가 막혀 뇌사상태에 빠졌으며, 그의 장기들을 기증하기로 결정한것은 그의 부모였다. 역시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 한정철씨(덕산병원 원장)는 아들의 몸에서 남에게 이식할 수 있는 모든 장기들을 내놓아 덧없이 간 아들의 생을 장렬하게 마감했다. 젊은 의사의 심장, 간, 2개의 콩팥, 각막은 심근경색, 간암, 신부전증으로 고통받던 환자들의 몸안으로 옮겨져 새 생명체로 결합됐다.

 이 세상의 슬픔중 가장 견디기 힘든것은 자식을 앞세운 슬픔이라고 한다. 그 슬픔을 감히 우리가 헤아릴 수는 없다. 단지 우리는 아들의 몸에서 모든 장기를 떼내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로 한 부모의 결심에서 그 처참한 몸부림을 읽고 있다. 얼마나 아들의 죽음이 원통했으면 아들의 몸을 세상에 내놓아 죽어도 죽지 않는 생명을 얻고자 했을까.

 그 처참한 몸부림속에서 그들이 적극적으로 세상을 껴안았다는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꽃다운 나이에 아깝게 죽은 아들을 추울세라 아플세라 가슴에 묻으면서 아들이 못다한 인술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아버지도 아들도 의사였기에 그 결정이 더욱 값지게 보인다.

 우리는 그 부모에게서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어떤 절망, 어떤 슬픔, 받아들이기 힘든 어떤 운명도 결국은 사랑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부모는 실천으로 보여줬다. 내 아들이 왜 죽어야 하는가, 그 할일 많은 젊은이를 데려가다니 신이 정의롭다면 이럴수가 있는가 라고 원망하고 또 원망하다가 그들이 내린 결론은 아들의 몸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었다.

 오늘의 많은 부모들은 내 아이만 공부를 잘하고,출세를 하면 된다는 자녀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또 덮어놓고 자녀를 애지중지하여 사랑에 눈먼 부모가 되기도 한다. 그 부모들은 집착하고, 또 집착한다.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아들을 데려가 그 아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을때, 한 부모가 보여준 진정한 아들 사랑은 우리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삶에서 뿐아니라 죽음에서도 크게 배운다. 인생은 덧없지만, 그 덧없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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