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못잡고 실수요자만 “피해” 한국의 부동산세제는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는것같아 보인다. 하도 오랫동안 투기광풍에 시달리다 보니 세계 각국의 그럴싸하다는 세제는 거의 대부분 수입해다 놔서 세제로만 따지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방대하고 강력한 투기억제장치를 갖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투기가 일절 발붙일 수 없는 철옹성같은 모습이다. 취득단계의 취득·등록세등 2가지와 보유단계의 재산세·종합토지세·택지초과소유부담금·개발부담금·토지초과이득세등 5가지, 이전단계의 양도소득세·상속증여세(세대간 이전)까지 합쳐 기본세제만 모두 9가지다.
세제의 외모는 이처럼 「프로」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마추어」다. 목표물인 투기꾼들은 언제나 약삭빠르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투기의도가 없는 선량한 기업인과 농민, 중산층 시민들만 항상 무거운 세금을 낸다. 세제의 부작용이 드러날 때마다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려고 황급히 법을 뜯어 고치곤 하지만 그것도 따져보면 제대로 고쳐지는 법이 없고 세제의 그물망만 허름하게 만들어 「생쥐잡는 호랑이」소리를 듣게 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정기과세를 실시한 토초세의 경우 과세대상 일부에 농민들이 포함돼 정부가 곤욕을 치렀다. 투기꾼 잡으랬지 농민을 잡으랬느냐는 비판이 거섶다. 과세대상에 농민등 선의의 피해자가 포함된 맹점과 미숙을 기화로 투기꾼이 목소리를 높인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정부는 할 말이 궁했다. 땅값을 오히려 올리는 세금도 있다. 취득·등록세는 한번 거래 때마다 땅값을 5.6%씩 상승시킨다. 기업이 토지를 평당 1백만원에 구입했으면 회계장부에 등록세 3%와 취득세 2% 교육세 0.6%등 취득가액의 5.6%를 더 얹어 비용을 평당 1백5만6천원으로 기입하게 된다. 구입하는 즉시 세금으로 5.6%가 추가되므로 팔때 땅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최소한 5.6%를 더 받지 않을 수 없다. 3, 4번만 거래되면 마지막 거래자는 중간거래자가 이득을 전혀 취하지 않더라도 세금탓에 20%가량 오른 고지가 땅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투기대책=세액인상」이라는 등식의 평면사고를 벗어나 「투기보유와 실수요보유의 과세차별화」가 가능토록 세제를 수술하는게 급선무다. 국내의 부동산관련 과세액은 경쟁상대국에 비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경상국민총생산(GNP)에서 부동산관련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3%(91년)로 대만의 3.0%(〃)에 비해서는 다소 낮으나 일본의 2.3%(90년)와는 같고 독일의 1.2%(〃) 프랑스의 1.7%(〃)보다는 높은 상태이다. 더구나 96년까지 종토세를 3배가량 높일 예정이므로 무차별적인 중과세는 오히려 부작용을 더 낳게 할 가능성이 높다. 투기꾼을 골라내서 선별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세제내용의 「프로화」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세율이 오르면 주택 1채 소유자와 5채 소유자가 같은 비율로 세금이 늘어나는 체계였다. 이제 세제는 1채 소유자(실수요)와 5채 소유자(투기수요)를 구별해서 차별과세할 수 있는 다원적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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