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비상원로회의의 서의현총무원장에 대한 즉각 퇴진결정을 환영한다. 지난달 29일 조계사폭력사태가 발생한후 서원장의 직접 관련여부를 떠나 서원장의 진퇴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돼왔다. 지금까지 사부대중들은 서원장이 종단의 책임자답게 법적인 잘잘못이전에 이번사태에 대한 도의적책임을 지고 보다 명확한 태도를 취해주기를 기대해왔다.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건발생 10일이 가까워 오도록 서원장이 책임표명을 미루어 종단의 원로스님들로 구성된 원로회의가 5일 이같은 결정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원로회의의 결정이 이번사태의 유일한 수습책이라는 점에서 서원장은 이를 따라야 할 것이다. 서원장이 역대총무원장중 유일하게 임기를 마쳤을 뿐아니라 연임까지 하며 종단의 안정에 기여한 공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사태를 발생시킨 책임은 서원장에게 있다. 이 사태의 수습책임 또한 서원장에게 있었다. 그 자신의 사퇴 이외에는 수습할 길이 없는데도 태도표명을 유보해왔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임기가 끝나는 8월말까지 현직에 머무르며 사태를 관망하리라 한다.
이것은 엄청난 오판이라고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종회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총무원장으로서 임기중 발생한 사태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는 자체는 임기중 모든일에 자신을 뽑아준 사람과 사회에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원장이 이러한 원칙과 원로회의 결정마저 무시할 경우 종단에 더 큰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스님들도 종교란 온실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폭력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측이나 반대의 입장에 선 측이나 모두 자신들이 서 있는 오늘의 위치를 겸허한 마음으로 둘러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사회엔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조계종사태는 이를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1천5백년의 역사를 지닌 조계종은 승려들만의 종단이 아니다. 승려들의 종권다툼이나 하라는 종단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과 괴리된 종교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종단관계자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계종관계자들은 이번사태를 개혁과 불심을 닦는 뼈아픈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종단의 체제를 개혁사회에 걸맞게 재정비해야 한다. 종교단체로서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번사태가 종단의 운영권등이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비민주적체제에 원인이 있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와함께 승려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조계종은 50년대 정화불사를 거치면서 무원칙하게 승려를 받아들였다. 이때의 무원칙이 오늘의 불행을 잉태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도 종교의 자유를 해치지 않고 종단의 개혁을 돕는 범위안에서 이번사태를 명확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비상원로회의의 서원장사퇴결정이 종단의 이러한 불합리한 면을 시정하는 개혁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며, 서원장이 원로회의결정에 순응할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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