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하면 인플레 유발” 불안감 자극/“조정후 안정” 관측속 일부 “동요지속” 우려 뉴욕증권시장이 불안정하게 동요하고 있다. 주가와 채권가격이 한없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주간 계속된 주가 하락후 4일 불안감속에 개장한 뉴욕증권시장은 다우존스 지수(미국의 주요 30개 기업 주식시세의 평균지수)가 42.61포인트나 다시 크게 떨어짐으로써 월가의 투자자들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다. 이로써 다우존스는 올해들어 최하수준인 3593.35포인트를 기록, 지난 1월31일 최고 정점이었던 3978.36포인트에서 9.7%가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가 10%나 폭락한것은 지난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태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미국경제는 92년 겨울 이후 급속히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이 7%를 넘어섰고 실업률은 계속 떨어져서 6.5%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주문이 늘고 소비자신뢰지수가 1년전보다 20이 증가한 80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물가불안의 가장 큰 잠재요인인 국제 석유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부활절 휴일후 다우존스 지수가 계속 하락하자 불안감이 월가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4일 『이자율이 높으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월가사람들의 불안을 씻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미국의 신문과 방송및 시사주간지들이 월가동향을 주요 뉴스로 올려놓고 있다.
미국경제 전망은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다. 선진국중에서도 가장 성장세가 강하다. 그런데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31일 이후 월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이자율이다. 연방준비이사회(FRB·미국중앙은행)는 2월 3월 두차례에 걸쳐 단기 이자율을 0.25%씩 인상했다. 3%였던 이자율이 3.5%로 올랐다. 한국에서는 이자율 인상움직임이 포착되면 주가가 폭락하다가도 이자율 인상이 발표되면 주가는 다시 안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는 이자율을 인상할수록 투자자들은 관망하고 따라서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23일 이자율 인상후 다우존스가 큰 낙폭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 이같은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주식매입을 망설이거나 투매하는 이유는 이자율이 더 올라 가리라는 전망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속도가 빨라질수록 인플레 상승이 수반되고, 따라서 연방준비이사회는 인플레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이자율을 곧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주가나 채권가격이 더욱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일 미연방정부가 45만명의 실업자가 3월중 일자리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경제지표로는 그지없이 긍정적인 뉴스인데도 월가는 이를 잠재적인 인플레 요인으로 받아들였고 따라서 주가를 계속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자율과 직결된 채권시세의 하락은 더욱 증권시장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즉 4일 30년 만기 재무부채권의 수익률이 일주일전 7%이하에서 7.41%로 급등했다. 월가를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기이자율이 9%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폭락을 놓고 월가의 전망은 엇갈려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경제의 긍정적 요인을 들어 10% 하락폭내에서 주가가 조정된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월가동향이 투자가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어 매우 불안하게 움직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예를 들면 4일 뉴욕증시는 개장하자마자 10분만에 다우존스가 80포인트나 떨어져 컴퓨터매도가 임시 중단되는 사태를 빚은 뒤 하오에 절반이 회복됐다. 지난달 31일에도 다우지수가 70포인트이상 하락했다가 반등했었다. 뉴욕증시를 불안하게 보는 사람중에는 지난 87년 「검은 월요일」을 예언했던 리만 브라더스의 증권전문가 일레인 가잘렐리도 끼여있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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