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과정 잡음겹쳐 씁쓸한 뒷맛 올해로 32회를 치른 대종상영화제가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전영화인들의 잔치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대종상영화제는 3공초인 62년 제정돼 86년까지 관주도로 치러지면서 매회 숱한 잡음을 남겼다. 여기에는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에 외화수입쿼타를 포상하는 제도의 모순도 크게 작용했다.
이같은 잡음을 없애고 영화인의 순수한 잔치로 만들기 위해 87년부터는 민간주도(한국영화인협회 주최)로 바꾸고 포상제도도 폐지했다. 92년부터는 대기업과 공동주최, 축제의 성격을 한층 부각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종상영화제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올해의 불협화음은 미개봉작이 주를 이룬 본선진출작 선정과정에서부터 시작돼 「증발」을 출품한 신상옥감독이 심사과정에 외부압력이 작용했다는 이유로 시상식 6시간전 전격 보이콧을 선언,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우선 올해 본선 작품상후보에 오른 5편중 「화엄경」을 제외한 4편이 미공개영화인 반면 극장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은 「투캅스」「그 섬에 가고 싶다」같은 영화가 예심에서 탈락, 예심과정에 의혹을 사고 있다. 한때 일반에게 1주일 이상 공개된 영화만을 대상으로 했던 출품규정이 슬그머니 없어지면서 이같은 잡음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올해 대종상영화제의 문제점은 심사위원의 구성에서 드러나고 있다. 심사를 본심과 예심으로 이원화한 것은 좋으나 예심심사위원 25명, 본선심사위원 11명이라는 심사위원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본선심사위원회의 구성이 영협추천인 6명, 기타 5명으로 고르게 구성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영화인들은 대종상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집행위원회의 독립성, 출품작의 공개의무, 심사위원회의 다양한 인적 구성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인 한사람 한사람이 「나의 축제」라는 인식을 갖고 노력할 때 대종상은 진정한 영화인의 잔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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