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각에서 북한의 핵전면사찰과 함께 미국·북한간 3단계고위회담의 전제조건인 남북 특사교환을 3단계회담과 동시내지 나중에 실시하는것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이같은 정책변경 내지 후퇴는 북핵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으나 그럴 경우 지난 1년간의 정부의 북핵해결 노력이 무위속에 원점으로 돌아와 미국과 북한에 모든것을 맡기고 구경꾼이 되겠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사교환시기를 변경할 경우 몇몇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먼저 3단계회담과의 연계고리를 풂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오직 북핵투명성 관철에 주력할 수 있게 하고 3단계회담과 병행함으로써 북한이 특사활동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때 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을것이다. 또 장차 북한이 핵재사찰을 거부할 때 제재를 가할 명분축적도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 역시 만만치가 않다. 우선 북한의 원안이기는 하나 특사교환을 통해 북핵해결에 간여하기로 했던 정부의 기본입장이 선특사교환의 포기로 북한에 또다시 밀렸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게 분명하다. 나아가 북한은 남측을 완전히 배제시킨채 핵과 관계정상화등에 관한 대미협상으로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게되며 정부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사찰에 성실성을 보인다는 보장도 없는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은 씻기 어려울것같다. 당초 핵문제 해결에 대해 북한은 모든 요구사항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한꺼번에 매듭짓는 소위 「일괄타결안」을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미국은 상호요구와 조건들을 비교조정·보완하는 「포괄적 타결방식」을 내세워왔다. 이에반해 한국은 북한의 성실성에 의구심을 갖고 하나하나씩 이행케하는 「광범하고도 포괄적인 방식」, 즉 단계적인 해결방식을 내세웠으나 앞으로 선특사후퇴를 실천할 경우 사실상 북한의 일괄타결방식을 양해하게 되고 마는것이다.
아무튼 선특사후퇴논에 대해 미국은 한국이 잡은 발목을 풀었다는데 안도할것이고 억지와 고집으로 일관한 북한은 한국의 자발적인 후퇴에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같은 정책변경에 관해 연구검토하는것은 있을 수 있으나 문제는 관계 부처간에 얼마나 충분히 사전협의중이냐는것과 과연 제기 시기가 적절했는가 하는점이다.
홍순영외무차관의 발설에 대해 청와대와 한승주외무장관은 부인하고 있으나 정부내 기류의 반영으로 보지 않을수 없다. 꼭 후퇴가 불가피하다면 유엔안보리가 의장성명을 채택하기 전에 제기, 극적인 제스처로 효과를 배증시킬 수 있었을것이나 지금은 성명채택 후 북한의 회답을 기다리는 시기여서 어색하기만 하다.
모든 면을 고려해서 선특사후퇴를 해야한다면 미국·북한 모두에 북핵투명성 보장의 약속을 다짐받는 일을 선행시켜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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