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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고 수혈”일단 합격점/막내린 공직자 기업연수 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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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고 수혈”일단 합격점/막내린 공직자 기업연수 뭘 남겼나

입력
1994.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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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예상밖” 반응속 변화필요성 체감/“기업측 지나친 자기PR” 비판도/일부선 “오히려 공직자 사기만 떨어뜨렸다” 『기업에서 도대체 뭘 가르쳐 주기에…』

 올들어 공직자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켰던 「기업배우기」가 지난달말로 모두 끝났다. 1월중순 민자당이 「포문」을 연 이후 유행처럼 번진 기업체 위탁연수는 그동안 「농인행 티켓」으로 불리며 공직사회를 휩쓸었다. 대부분 기업연수원이 용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경영」신드롬을 몰고온 삼성에는 민자당 내무부 교육부 총무처 경찰청간부등 모두 6천9백37명이 거쳐갔다. 럭키금성에도 경제기획원 재무부 노동부 상공자원부등 4천5백여명의 간부가 다녀갔고 현대와 코오롱그룹등에 7백∼8백명이 거쳐갔다.

 「훈장」과 「문하생」-. 

 재벌과 공무원이 이런 파격적인 관계를 맺게 된 데는 공직사회의 위기의식이 큰 몫을 했다. 기업경영마인드를 배우지 않고서는 경쟁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재벌에 「한수」가르침을 부탁하게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공무원이 기업에서…』라는 불만도 적지 않았지만 연수를 마친 뒤에는 『충격적이다』『예상 밖이다』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이다.

 특히 공무원에게는 신사고를 수혈받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고 새로운 민관협조체제의 시발점이 됐다. 기업측에도 대국민 이미지제고는 물론 국내 대기업의 현실과 고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기업과 정부간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가장 많은 공직자가 거쳐간 용인 삼성그룹연수원은 철저한 「삼성식교육」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상이 누구든간에 신입사원용 교재를 쓴 것이다. 「공무원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다. 매일아침 7시부터 밤9시까지 진행된 「스파르타식」강의도 인기를 모았다. 또 럭키금성의 「고객의 소리듣기」비디오와 92개국을 누빈 「수출첨병」 코오롱상사맨의 애환과 성공담, 현대의 현장견학과 경영혁신기법강연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노동부의 한 국장은 『대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기업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공무원들의 수동적인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강의에서 그룹총수의 경영철학과 신경영전략등을 지나치게 내세우며 자사PR에 치우친 감이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수를 통해 1백20%의 기업홍보효과를 본게 사실』이라며 『나라살림을 맡은 공직자들이 특정 기업의 사고를 여과없이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경영혁신 모범기업으로 꼽힌 삼성이 외부위탁교육까지 독점한데 대해서 안팎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재벌의 밀월관계가 더욱 두터워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총리실에서 지난달까지 기업연수를 모두 끝내도록 지시했던것도 이런 시각과 관련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연수가 공직자의 사기를 오히려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남을 가르치기에 앞서 배워야 할게 더 많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 공직사회가 기업보다 뒤떨어져있는 듯한 오해를 유발했다는 불평도 있다. 적은 봉급에 보람과 사명을 힘으로 삼아 헌신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과 기업이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이윤추구를 지상의 과제로 삼는 기업과 공직의 자세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공무원들을 기업에서 「교육」받도록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 인력관리원 조성용부장은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서로 장점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장기적인 프로그램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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