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추공세 가속… 정부 결단도 임박/서원장 「자력해결」엔 한계점 「서의현총무원장 물러날까」
조계사 조직폭력배 난입사건과 관련, 조계종총무원 수뇌진에 대한 경찰수사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서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경찰수사의 결과로 미뤄 총무원수뇌진에 대한 수사도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원장 본인의 의사는 아직 분명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번 사태는 종단내부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범사회적인 문제로 발전되면서 종단안팎에서 「서원장 퇴진」여론이 거세어지고 있다. 종교지도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라도 물러나야 한다는것이다.
현재로서 서원장의 거취는 사퇴, 권한 위임에 의한 사태 수습, 사태수습후 퇴진등의 세갈래로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여론의 풍향은 즉각 사퇴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에서 6일 범불교도대회와 20일 승려대회 등 전불교 차원의 대규모 행사를 계획중이며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가 쟁점화되고 있어 서원장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범종추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반 서원장측의 중진스님과 계속 의견을 교환하며 총무원운영 대안과 서원장 퇴진을 위한 명분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미 정부 차원의 결단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 계획등 범종추의 공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원장 지지 움직임은 총무원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총무원과 범종추 관계자들에 의하면 총무원 내부에서도 일부 측근 스님들이 서원장에게 퇴진을 촉구하는가 하면 범종추를 비롯한 반 서원장측에 계속 내부 동향을 전하는등 철통같았던 총무원 체제도 흔들리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원장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서원장의 한 측근은 『서원장이 3일밤 용퇴의사를 갖고 4일 상오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이를 취소하는등 진의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사태 진전추이에 따라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원장측의 이같은 분위기 역시 내부 결속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불교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총무원에서는 서원장의 의도가 최소한 사태를 수습할때까지는 원장직을 수행하고 원로회의의 의사를 따르겠다는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서암종정을 비롯해 13명 스님으로 구성된 원로회의의 소집일시 및 의결결과도 주목되고 있는데 원로회의는 총무원장 선출에 대한 인준권까지 갖고 있다. 서암종정외에도 종단의 인망이 높은 일타(전계화상) 월산(불국사조실) 월하(통도사방장) 관응(직지사 조실)등 원로스님들도 범종추 지지의사를 이미 밝혔다.
범종추등 반서원장측에서는 이번 사태의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서원장 체제로는 현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원장이 86년 총무원장으로 처음 선출된 이래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파행적인 종단운영과 언행이 신뢰를 줄 수 없다는것이다. 즉 서원장이 여론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이번 사태 수습에 간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불교계에서는 이번 사태 수습이 종단 자체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여론이 높으며 자체 해결은 종단의 큰 어른인 원로스님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지금까지 몇몇 원로스님들은 「원장사퇴」를 촉구하는 의사를 직간접으로 표명해 왔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안에 서암종정이 주재하는 원로회의가 열릴것으로 보인다. 서원장이 스스로 진퇴여부를 결정짓지 않을 경우 원로회의가 서원장 거취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김병찬기자】
◎범종추란/불교계 8개진보단체 집합체/종단개혁목표 천5백명 참여
조계종단의 개혁을 외치며 종단의 실세 서의현총무원장에 정면도전, 종단은 물론 속세까지 뒤흔들고 있는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약칭 범종추)는 지난달 23일 결성된 불교계 진보적 개혁단체의 집합체다.
범종추에는 실천불교승가회 선우도량 동국대석림동문회 및 동림동문회 중앙승가대동문회 전국승가대학인연합 중앙승가대학생회등 8개 단체 1천5백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실천승가회는 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가했던 불교재야단체들의 연합으로 92년 결성됐으며 선우도량은 불교의 순수성 회복을 표방한 양심세력들이 결성한 수련회 성격의 단체다. 범종추 지도부에는 청화 시현 도법스님등 3명의 상임공동대표와 4명의 공동대표가 있고 효림스님이 위원장으로 40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종단개혁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범종추는 재정 인사 등 종단전체의 운영권을 총무원장이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 일반승려 및 신도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정치세력등으로부터 종단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서총무원장의 재임중 독재적 운영으로 종단분규가 그치지 않고 사찰 주지 및 총무원 간부자리를 놓고 금품수수가 관례화되는등 부정과 부패가 심화돼 종단내부는 물론 신도등 「4부대중」들간에 더 이상 조계종의 발본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범종추의 조계종 개혁운동은 조계사 폭력사태를 계기로 일반 신도들과 조계종 원로들의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조계종단은 물론 불교계 전체의 개혁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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