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로… 변환 “자유자재” 일본 도쿄 한복판 긴자거리에 있는 「컴퓨터골프장」.컴퓨터그래픽과 시뮬레이션을 이용, 미캘리포니아 페블비치골프장전경을 입체영상으로 재현한 5평넓이의 1번홀에서 연습생이 티샷을 하자 컴퓨터가 타구의 속도·풍속·회전수를 정확히 계산, 볼의 낙하지점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보여준다.
골프공이 수중벙커에 빠지자 물방울이 튀어오르고 홀에 꽂힌 깃발이 녹색잔디를 배경으로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골프장에 와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갖게 한다.
컴퓨터그래픽이 창조하는 새로운 세계의 일면이다.
국제표준기구(ISO)의 정의를 빌리면 컴퓨터그래픽은 물체의 형상·성분·색채등 각종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이미지 변환작업을 통해 제3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60년대초 미국에서 태동,건축설계나 도안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돼 온 그래픽은 이제 영화·광고산업·컴퓨터 아트·시뮬레이션·산업디자인등 각분야에서 「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21세기의 표현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공상과학영화「터미네이터 2」에서는 악당 사이보그 「T 1000」이 액체금속 상태에서 사람모습으로 재결합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변화되기 전 상태인 액체금속과 변환후 사람모습을 담은 영상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컴퓨터가 변화하는 중간이미지를 계산,화면에 표현하는 「메타 모퍼시스(METAMORPHOSIS)」기법을 이용한것이다.국내 영화기획사 신씨네가 제작중인 「구미호」에서도 메타모퍼시스와 유사한 「모핑(MORPHING)」기법을 통해 사람얼굴이 여우모습으로 점차 변하는 장면을 연출하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법은 초보에 속한다.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 신성용교수는 『모핑등의 기법은 변화하는 중간이미지의 사실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며 『최근 등장한 라디오시티등의 신기술은 빛의 각도·관측자 위치는 물론 물체표면의 성질까지 분석,3차원의 고화질영상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건축의 경우 80년대까지만해도 그래픽을 이용,2차원의 설계도를 만드는데 그쳤으나 최근 미국등에서는 건물을 완공해 놓은 것처럼 입체감과 색채가 실제와 똑같은 조감도를 그려낼뿐 아니라 영상속에 사람이 등장,건물내부를 돌아다니면 전방향의 입체도가 영화수준의 화질과 영상감으로 나타난다.또 건물을 주변환경과 대비시켜 이상적인 형태를 제시해 준다.
사람의 인체에 관한 각종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전체구조가 완성되고 실제모습을 보는것같이 뼈와 주름살·관절등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나타나 패션디자인·성형수술등도 보다 효율적으로 해낼수 있게 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해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시뮬레이션모의비행으로 소련상공에서 발생한 KAL기의 피격원인을 상당부분 규명해낼수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은 이것뿐만 아니라 분자구조분석,공장자동화시설 사전 점검·시연·물류시스템분석등 산업과 과학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서울대토목공학과 고현무교수는 『영화나 광고에 사용돼 온 그래픽은 미래의 모습을 입체영상화하는등 뛰어난 효용성때문에 산업부문으로 급속히 확산되고있다』며『미국과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 분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동영·홍덕기기자】
◎신기술동향과 국내현황/영화·광고뿐아니라 전산업 확산… 수입의존 우리는 초보단계
완벽한 컴퓨터그래픽은 물체의 형태를 분석,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영상정보로 변환하는 기법인 「모델링」과 모델링한 대상을 인간이 느낄 수 있도록 질감과 색채를 표현하는 기법인「랜더링」이 동시에 발전할때 가능하다.
미국등 컴퓨터선진국에서는 이미 영화나 고화질TV를 보는것처럼 이동물체와 3차원 자연현상등을 생생하게 표현해 낼 정도로 두 분야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 김동현 교수는『컴퓨터 시스템의 눈부신 발전으로 2차원 물체에서 3차원, 정지물체에서 이동물체까지 표현하는 다양한 모델링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분야에 컴퓨터그래픽을 적용하고 있는 서울산업대 고일두 교수는『기존 랜더링방식이 컴퓨터로 제작된 모형과 실제배경과의 유기적 관계가 고려되지 않아 영상이 어울리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며 『최근 도입되고 있는 광선추적(RAY―TRACING)방식이나 라디오시티(RADIOSITY) 방식은 동적인 움직임까지 포함해 사실적인 이미지를 정확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빠른 기술발전에 비해 국내 개발수준은 매우 낮다.
서울 올림픽과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양적인 성장은 했으나 대부분의 그래픽 관련 시스템을 외국에서 수입,일부 변형해 사용하는 초보단계에 머물러있다. 컴퓨터그래픽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학계·산업계의 공동연구모임인 한국컴퓨터그래픽스협의회 (KICOG)의 김문현회장은 『고가의 로열티를 지불, 외국소프트웨어를 도입해도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곧 쓸모 없어 진다』며 『우루과이 라운드등 기술보호장벽이 높아가는 추세에 대응, 국내 자체개발에 의한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컴퓨터업계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컴퓨터그래픽 시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4백억달러 규모이며, 고화질TV등 컴퓨터그래픽 사용매체가 일반화 될것으로 보이는 97년께는 6백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약 3백억원정도의 시장을 놓고 비손텍, 미디아트, 채널4, 시네픽스등 40여개의 컴퓨터그래픽 전문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업체인 비손텍의 박원이사는 『컴퓨터그래픽은 각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엄청난 효용성 때문에 머지않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며 『자체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홍덕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