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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규제 과다… 공장짓기 “겁난다”(고지가 벽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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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규제 과다… 공장짓기 “겁난다”(고지가 벽을 깨자)

입력
1994.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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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 서류만 3백82개/「초싸움」에 2년여 허송 과다한 토지규제가 기업들의 땅에 쏟는 비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비싼 값을 치르고 어렵게 땅을 마련해도 공장을 세우려면 또다시 많은 시간과 노력, 과외비용을 땅에 묻어야 한다. 2중·3중으로 얽어놓은 규제망이 땅값은 못잡고 기업들의 발목만 묶어놓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을 세우려면 27개의 관련법률에 맞춰 2백6군데의 협의기관및 처리기관을 거쳐야 하고 무려 3백82개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토지규제법률 95개중 공장설립에 적용되는 법률이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공장 하나 세우는데 무려 5백30일이 걸린다. 사업계획을 세우고서도 2년 가까이를 공장짓는데 허비하는 셈이다. 일본은 1년이 채 안되는 2백84일이면 공장을 설립한다. 대만은 1백88일, 미국은 1백45일밖에 안걸린다. 상품의 적기공급을 위해 「초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묶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모대기업체는 최근 지방공단에 투자규모 3백억원의 공장을 설립하는데 2년가량이 걸렸다. 이 업체가 1개월만 공기를 단축했더라면 인건비(5천만원)  금융비용(3억원)  매출감소손실(24억원)  기타고정비용(3천만원)등 28억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1개월의 공기연장이 총투자비의 10%상당에 이르는 간접비용을 추가로 들게 한다는 것이다. 이 공장이 규제많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건립됐고 로비력이 강한 대기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에 중소기업이 공장을 설립할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할게 뻔하다.

 우리나라 토지규제는 특히 토지의존도가 큰 제조업체에 큰 부담을 주고있다. 백화점을 짓는 것보다 공장을 짓는게 10배는 더 힘들다. 95개의 토지관련법률중 공장건립에 적용되는 법률은 27개인 반면 백화점건립에 관련된 법률은 절반에 못미치는 12개다. 토지이용관련 인·허가 구비서류도 백화점건립에는 제조업체보다 5배이상 적은 73개만이 필요하다. 거쳐야할 협의기관이나 처리기관도 2백6개나 돼 백화점(23개)보다 10배가까이 더 많다.

 정부의 토지규제는 땅값은 못잡고 기업들만 힘들게 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자 투기꾼들은 거래가격등 거래내역을 허위기재하는 방법으로 빠져나가고 검인계약서사용을 의무화해 2중의 망을 쳐도 매도·매수인과 중개인만 짜면 얼마든지 비껴나간다. 부동산등기의무제를 도입, 3중망을 쳐도 등기를 회피함으로써 또 빠져나간다. 땅투기억제를 위해 2중·3중의 규제가 나올 때마다 투기꾼은 빠져나가고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서류가방만 무거워지고 있다. 결국 시장원리에 따른 적절한 토지수급정책대신 우선 규제부터 하고 보자는 중복규제의 악순환이 계속돼온 셈이다.중복규제는 정부가 「규제자」가 아닌  「행정서비스제공자」로 변모해야 해소될 수 있다.  2백여개 협의·처리기관이 유사업무를 통합, 창구를 일원화할 경우 땅에 쏟아붓는 규제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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