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자문화권 국가이면서 문자의 모양이나 뜻이 서로 다른게 많다. 그래서 각 분야의 교류에 큰 불편과 지장을 줄뿐 아니라 유대감이 자꾸 멀어져간다. 곧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다. 김영삼대통령의 일·중방문에서는 바로 이런 문제가 우리측 주도로 논의되었다. 김대통령은 이들 두나라 정상들과의 회동에서 한자표준화 문제를 제기, 각각 상대방으로부터 찬성과 공감의 답변을 얻어냈고 앞으로 해당국실무자들이 구체적으로 연구·검토키로 하는데 합의했다. 북핵문제에 가려버렸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중요한 논의였다.
세 나라는 1천년 이상 같은 한자와 유교문화권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십년 사이에 상당수의 한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편의대로 변형되었다. 특히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커다란 변화를 보여 왔다. 중국은 지난 1956년 국무원 의결로 한자의 획을 대폭 줄이고 변형시킨 간체자를 만들어 60%이상이나 되는 문맹률을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이 새 문자 익히기를 게을리 하면서 새로운 문맹이 늘었고 지역간에도 서로 다른 문자가 제정되어 혼란을 야기시켰다. 그래서 이미 3천여자의 간체자작업이 끝난 80년대 중반, 중국은 이 작업을 일시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일본도 어려운 한자를 쉽게 쓰도록하는 약자작업을 서서히 진행, 현재까지 4백여자를 고쳐 사용중이다. 또 일본은 72년 중국과 수교 후 한자 표준화문제를 거론했다가 글자의 축약이나 변형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혼란을 우려한 나머지 이를 중단하고 말았다.
이들 두나라의 한자변형작업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부 일본식 약자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되도록 정자체로 쓰고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50∼70년대 중국의 간체자 혁명때 우리나라는 이 작업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적 표현이라 하여 혐오감마저 느낀 적이 있었다.
문자의 모양변화도 문제지만 특히 같은 글자라도 중국에서의 뜻이 한국,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것, 그리고 중국에서만 통용되는 외래어의 한자표기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뜻이 다른것으로는 기차(자동차) 공부(시간), 동서(물건)등이 있고 중국만의 외래어표기로는 가구가락(코카콜라), 노력사(롤렉스)등이 그 예다.
이제 아시아·태평양의 위치가 세계중심지역으로 되어가고 있다. 특히 한·중·일 3국의 공조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이 3국간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유대 강화가 고조되어간다. 그렇다면 그 기초도구로서의 한자의 표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표준화는 한자문화권의 대동맹이다. 앞으로 더욱더 긴밀해질 정보교류와 통상의 원활을 위해서도 이 작업은 빠를수록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 3국국민들간의 우의도 더욱 증진될 수가 있다. 해당국의 관련부서가 이 문제를 연구·협의하는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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