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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아닌 독자가 만드는 신문/김성곤(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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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아닌 독자가 만드는 신문/김성곤(나의 지면평)

입력
1994.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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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면 투고·다양한 칼럼 여론수렴 큰역할 언론의 주요한 기능중의 하나는 여론의 조성과 언로의 활성화다. 그런 의미에서 각 일간지에 실리고 있는 「독자의 편지」란은 이런 여론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일보의 「독자가 만드는 한국일보, 소리」역시 독자들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이 난을 통해 독자들은 성역없는 사회비판을 가차없이 쏟아댄다. 그중에서도 설득력없는 정부시책이나 타당성없는 행정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놀랄만큼 즉각적이고 날카롭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일보가 이와같은 독자들의 반응을 십분활용함으로써 직접 나서지 않고도 각종 문제점들에 대해 효과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시청료와 전기료를 통합부과하고 시청료 미납시에는 단전하겠다는 KBS의 방침에 대해 독자들의 항의투고들을 한데 묶어 집중적으로 취급함으로써 간접적인 비판의 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런 우회적인, 그러나 세련된 비판태도는 한국일보 특유의 여러 칼럼들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장명수칼럼」「메아리」「기자의 눈」같은 칼럼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예리하고도 재치있게 비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준다.

 무슨 일만 터지면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채 결의문을 읽고 팔만 들었다가 내리는 관제 결의대회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교육개혁은 학부모 내부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등은 모두 갈증을 적셔주는 단비처럼 시의적절하고 후련했다.

 또 월요일자 오피니언란중 「내가 본 한국,한국인」이라는 칼럼 역시 설득력있는 비판과 우정어린 제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은 미처 우리가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들을 족집게처럼 지적해 우리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한 때 외국인에게 한국을 나쁘게 말하면 법에 저촉되는 만화같은 시절도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 칼럼은 감회조차 새로운 뜻깊은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로부터의 비판에 쉽게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는 한국인들에게 이 칼럼은 특히 유익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일보가 최근 신설한 「김지하칼럼」도 국제화와 더불어 지역성을 강조하고, 동양사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무척 돋보인다. 폴 리쾨르가 말했듯이 『어떻게 현대화되면서도 과거로 되돌아갈 것이며, 어떻게 잠든 자신의 고유문명을 재생시키면서 동시에 보편적 세계문명에 동참할 것인가』하는 물음은 오늘날같은 국제화시대에도 모두가 성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한국일보의 특색은 「국제성」이다.국제화 세계화는 우리문화와 외국문화를 잘 알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우리는 늘 정치 경제 또는 사회와 스포츠에 과도한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한국일보는 독서란에서 세계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면의 읽을 거리가 더 풍성하고 세계문화에 대한 소개도 더 다양했으면 한다. 문화야말로 모든 것들의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서울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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