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최저치… 내달 지방선거 등 큰 부담 말러의원의 발언은 집권 보수당내에 팽배해 있는 메이저에 대한 불만의 일단일 뿐이었다. 다음날에도 또다른 의원이 메이저의 사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아직 공개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30여명의 당내 우파의원들은 『메이저로는 안된다』는데는 의견이 일치된 상태이다. 더욱 치명적인것은 메이저의 추종그룹이나 중도파 의원들조차 메이저의 지도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쪽으로 급속히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가 이처럼 궁지에 몰린것은 우유부단한 지도력과 정치적 역량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잇단 스캔들과 정책 실수로 국민들 사이의 지지도도 집권 초기 역대총리중 사상 최고치에서 지금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처럼 상황을 악화시킨 직접적인 요인은 유럽연합(EU)의 표결방식을 놓고 대처한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EU내 의결과정의 다수결 정족수를 둘러싸고 일주일전만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영국은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서다가 회원국들안에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어 절충안을 받아들이게 되자 당내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만것이다.
영국 언론과 보수당 인사들은 메이저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점만이 문제인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의원들의 이반이야 물론이고 각료들중 우파인사들은 언론의 질문에도 끝내 총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거부하기도 했다. 메이저가 이러한 분위기에 굴복해 당장 사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5월의 지방의회 선거, 6월의 유럽의회 선거는 메이저의 운명을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는 보수당이 유례없는 참패를 할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다면 사임압력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중될것이 뻔하다. 계속 버틴다하더라도 당헌에 따라 10∼11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인물이 당권경쟁을 촉발할것은 확실한 상태이다.
뒤를 이을 인물로는 마이클 헤젤타인상공장관, 케네드 클라크재무장관이 꼽힌다. 이중 90년 마거릿 대처전총리의 실각을 촉발한 헤젤타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대처는 헤젤타인에 대한 구원 때문에 임기 도중 총리를 중도하차시키는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처노선을 추종하는 우파측은 『메이저보다는 차라리 카리스마적인 헤젤타인이 낫다』며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내각제에서 보기 드문 레임덕 현상에 시달리는 메이저가 지도력을 회복한다는것은 오히려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런던=원인성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