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 문구에 「자극제」 담아내야… 밤새우기 예사 광고문안을 작성하는 카피라이터에겐 늘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 모든 세대의 감수성이 요구된다. 아이스크림 광고를 만들려면 스스로 신세대가 되어야 하고 가전제품의 선전문구를 쓸 때엔 먼저 주부의 꼼꼼함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도 「낡은 감각」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정서」여야 한다.
(주)코래드의 카피라이터 이유진씨(26·사진)에겐 그래서 남들이 취미로 즐기는것들조차 모두 「작업」의 연장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영화관을 자주 가고 잡지를 많이 읽는것도, 쇼핑횟수가 많은것도, 심지어 거리를 지나는 이들의 표정과 옷차림을 샅샅이 읽는것도 결국 「최신의것」들을 빠뜨리지 않고 광고문안에 용해시키기 위함이다.
이같은 「프로의 자세」때문인지 3년 남짓한 짧은 경력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씨는 이미 수준급 카피라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드라마형 광고로 연속극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신대우가족」이나 기업광고로는 역대 최고였다는 「탱크주의」가 바로 이씨의 문안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TV광고대사는 길어야 20초. 인쇄광고문안도 5∼6문장이면 족하다. 이 속에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일으킬 「자극제」를 담아야 한다. 가장 개성있는 문구를 만들어야 하나 광고주와 제작진의 요구와 조화되려면 개성만으론 결코 훌륭한 문안을 만들 수 없다. 이씨는 20초대사를 위해 두달 넘게 머리를 짜내고 한줄의 광고문안 때문에 50여개의 문장을 써본다. 감각과 압축, 파격이 어우러진 신선한 문안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는것은 오히려 예사일이다.
상술의 한계를 넘지 못해 때론 모방과 선정으로 흐르는 국내광고의 현실. 그러나 이씨는 카피라이터란 직업에 대해 『단지 감각적 문구 작성이 아니라 불특정다수인 소비자와의 싸움, 나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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